제일기획 마케팅팀 소속 A부장의 하루는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단 출근하면 전자게시판을 통해 공지사항을 열람한다.

우편함에 들어가 메모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면 시계는 오전7시30분.

다음은 PC교육이다.

이달에 새로 개설된 커리큘럼은 관련회계 소양과정.

첫 화면으로 들어가면 약식 테스트가 화면상에 나타난다.

피교육자의 수준을 알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내 직무교육의 형태도 이처럼 달라졌다.

컴퓨터를 통한 사내 직무교육, 이른바 사이버(가상)교육 시스템이
기업사회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과거엔 일정한 공간(강의실)에 모여 교육을 받았지만 사이버 교육은
다르다.

강의실은 물론 강사 교재까지도 필요없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된다.

강의실 강사 교재가 없는 ''3무 교육''인 셈이다.

LG정유는 올해초 사내 통신망에 ''윤리과정''네트워크를 개설했다.

직장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교육을 PC통신으로 제공하고 있다.

총 13일만에 전과정을 이수할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LG증권은 아예 온라인상에 ''사이버 연수센터''를 구축했다.

선물 채권 거시경제 세무 회계 등 증권맨들에게 꼭 필요한 8개 과정을
강의화해 온라인에 띄워 놓은 것.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수 있다.

그룹차원에서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

삼성은 그룹내 인트라넷환경에서 전 계열사 직원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교육''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

비즈니스영어와 마케팅과정을 교육중이며 올해안으로 일어과정과
국제매너과정 등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삼성은 또 이같은 과정을 이수할 경우 각 과목마다 점수를 주어 인사
고과에도 반영키로 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출판사 다락원이 대표적인 예.

다락원은 자체 개발한 온라인 학습프로그램을 원하는 기업에 유료로
제공하고 잇다.

이밖에 LG-EDS는 온라인을 이용한 직무교육을 실시중이며 창원에 소재한
LG전자 리빙시스템사업부 역시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영어소양교육을
PC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사이버 교육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컴맹인 간부들에겐 과거의 집합식 교육보다 훨씬 더 적응하기가 힘들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기업사회가
조용하지만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 교육의 확산은 그같은 격변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