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냐 협력이냐"

홍콩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을 포함,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리는 이들 나라는 그동안 서로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경쟁적으로 경제개발을 추구해왔다.

반환을 계기로 홍콩 주변국들은 대체로 경쟁보다는 상호보완관계를 통한
협력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먼저 싱가포르.

홍콩과 비슷한 경제시스템을 채택해온 싱가포르는 반환 이후 양국간 협력을
더욱 다져나갈 방침이다.

토머스 초 홍콩경제무역사무소 싱가포르지사장은 "1백억달러를 웃도는
상호직접투자 규모를 고려할때 양국 사이에는 경쟁적인 요소보다는 보완적인
요소가 더 많을 것"으로 진단했다.

서로의 장점들을 잘 활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들어 싱가포르 외환시장과 홍콩 주식시장이 상호보완관계를 더욱 발전
시킨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햄 헤이워드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 상무도 "서로 겨냥하고 있는
자체가 다르다"며 "홍콩의 진짜 경쟁상대는 앞으로 상하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장, 홍콩은 중국시장을 각각 타깃으로 하는 역할을
통해 경제협력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본토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서 홍콩의 가치는 대만에 절대적이다.

가오쿵리안 대만본토문제위원회(MAC) 부위원장(각료급)은 "대만의 기본
정책은 홍콩과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
확대에 있어서 다리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직접투자가 금지된 대만 기업들은 지금까지 홍콩을 교두보로 삼아 중국
진출을 가속화해왔다.

지난해 홍콩을 통한 대만과 중국간의 교역액도 전년대비 5.8% 늘어난
2백22억달러에 달했다.

홍콩은 또 지난 87년 대만정부가 대만인들의 본토 방문을 부분적으로
허용한 이후 이들 여행객의 경유지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유테페이 대만 수초우대학 교수도 "홍콩없는 대만은 상상할수도 없다"며
"특히 홍콩은 양안간 긴장상태를 완화시키는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환으로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르는 상하이도 초기에는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49년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홍콩에 내준 아시아금융센터
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욕은 강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것.

상하이의 인프라가 홍콩의 75%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금융서비스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도 한참 뒤지고 있어 당분간 양 지역간의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튜 왕 프라이스워터하우스컨설턴트도 "경쟁관계 논의는 최소한 5년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그러나 두 지역간 경쟁보다는 상호보완에 비중을
둔 경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대규모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는 홍콩 입장에서도 맞대결을 벌여
상하이가 궁지로 몰리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자칫 홍콩의 이익에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콩은 현재 상하이에 1백6억달러를 투자해 전체 외국인 투자의 42%를 차지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표면적으로 이들 이웃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
하고 있긴 하지만 국제금융.무역센터로서 홍콩이 누려온 지위를 넘보기 위한
물밑작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홍콩특별취재반 : 임혁(산업1부기자)
김수찬(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