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텔롯데에서 열린 기아그룹 경영현황 설명회는 기아그룹과 돈줄을
쥐고 있는 종금사 대표들이 직접 만나 서로의 어려움과 불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자리였다.

그런 만큼 기아그룹의 최고경영진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세세한 숫자까지
들어가며 그룹의 경영실태를 솔직히 공개했다.

종금사 대표들은 기아의 경영에 대한 불만을 기탄없이 털어놓았다.

기아로서는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외부에 한점의 의혹도 없는 경영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종금사들로서는 기아그룹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을 떨쳐버릴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게 설명회 참석자들의 평가다.

<>.종금사 대표들이 이날 설명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기아그룹의 구체적인 경영상황.

다시말해 기아가 과연 믿을만한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라종금측 한 참석자는 "기아가 이번과 같은 사태에 몰리게 된 것은
사실상 기아의 책임이 더 크다"며 "솔직한 경영상황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기아의 한승준 부회장은 "올초 계획만큼 내수판매량을 확보하지
못해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자인하지만 올해 목표하고 있는 19조원의
매출액과 자동차부문순익 8백억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믿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종금사 관계자들은 또 "이번과 같은 위기가 또 닥쳐올 경우 어떠한
대책을 갖고 있는지"를 기아에 물었다.

기아 이강전 자금담당상무는 "최근 수출이 매달 4만대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 매월 신규자금유입규모가 4천7백억원에 달한다"며 "이미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포함, 3개은행이 기아그룹 어음이 만기가
돌아오더라도 종금사에 환매요구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안심하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상무는 또 "앞으로 2개월후면 상황이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며 "그때
다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중간평가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는 제1금융권에 대한 종금사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중앙종금의 한 참석자는 "종금사는 담보가 없는 신용여신을 취급하는
회사"라며 "그렇다고 떠도는 루머에 어음을 한꺼번에 돌리는 상황을
연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은행권이 신탁계정의 기업어음(CP)매입을 중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은행 신탁계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CP가
기아 전체여신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금방 알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