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의 유통업자나 중간도매업자에게 우리 상품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판로를 개척하고 소비자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의류 메이커인 캠브리지 미국법인 신상길 회장의 말이다.

캠브리지는 지난 93년 4월 한국업체 최초로 세계상권의 중심지인 뉴욕에
진출, 현재 맨해튼의 브로드웨이와 월드트레이드센터 2곳에 직판점을 설치
하고 자사브랜드의 남성용정장및 캐주얼, 남성용 액세서리 등을 팔고 있다.

지난해 3백3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목표는 4백50만달러이다.

역시 의류제조업체인 헌트사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3곳의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2000년까지 미국의 주요 도시에 20개이상의 매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형태의 진출도 성공가능성이 높은 전략으로 꼽힌다.

문구류생산업체인 모닝 글로리는 뉴욕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지에
2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중 동부지역 7개매장에서만 올해 2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닝글로리는 당초 교포들을 상대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문구류의 대명사가 돼 가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유통망구축을 위한 별도의 자본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력이 약한 전문 중소업체들에는 더없이 좋은 유통망확보 전략이
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상품 공동직판점 설치도 우리 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유통전략
이다.

공동직판장은 주로 대형 쇼핑몰에 설치되고 있는데 미국의 연간 소비매출
총액중에서 쇼핑센터매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쇼핑센터 건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의 반증이다.

워싱턴 근교 프랭클린 밀스 내에는 우리 중소기업 10여개사가 공동으로
매장을 설치했다.

운영도 자체적으로 3개사가 맡아서 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가방 지갑 의류 전통가구 등으로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1백22만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최근 들어 미국인들의 쇼핑몰이용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는 쇼핑몰이 식당
및 각종 오락시설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뚜렷한 구매의사가 없더라도 가족나들이를 쇼핑몰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변하는 한 단면이다.

지금까지 우리 수출은 대부분 유통업자나 중개업자에 의존해 왔다.

따라서 이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수 밖에 없었고 이윤도 상당 몫이 이들의
수중에 들어갔던 것도 사실이다.

수출업자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해도 유통관리 능력이 부족해 역부족
이었다.

이같은 애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체 판매조직과 유통망을 가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어느나라 수출업자에게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미국시장에 진입한 이후부터 유통에 눈을 떠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유통망을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도요타 닛산 마쓰시타등 자동차회사들과 소니등 전자회사들이
앞장서 자체 마케팅활동을 벌였다.

이같은 노력은 결국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기업들도 80년대 말부터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한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해 자체 유통망 구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판매법인을 잇따라 설립,유통의 현지화를
기치로 내걸고 뛰고 있다.

오는 10월 미국상륙 예정인 대우 자동차는 딜러십이 아닌 직판제를
실시키로 방침을 정했다.

파격적인 판매방식이다.

그러나 아직은 유통에 대한 전문가가 드물 뿐더러 장기적인 투자에
인색해 매끄럽지는 못한 편이다.

미국시장에 우리 상품의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서는 자체 유통망 확보가
관건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의 의지와 투자에 달렸다.

[ 뉴욕 맨해튼 매디슨가 50~60번지 ]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가 50~60번지는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밀집돼 있는
패션거리로 통한다.

이탈리아의 조지 아르마니, 아르메네질도데냐, 베르사체, 페리가모는
물론 프랑스의 프렌치 커넥션, 영국의 아쿠아스쿠텀 등이 줄지어 있다.

양복 한벌에 보통 1천달러를 호가하며 여성용의 경우는 더욱 호화스럽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 매장에서 한해 올리는 수입은 수천만달러를 넘고 있다.

고객들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갑부들이며 돈많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 뉴욕=박영배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