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는 정발협을 비롯한 반이 진영의 초강경 공세에 결코 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되 대화를 통해 양보할 것이 있으면 양보하겠다는 기존의
이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대표는 이날 최대현안인 자신의 사퇴문제에 대해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 귀국한뒤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는 나 개인만의 의견이 아니라 김대통령과 협의해 발표한 내용"
이라고 부연했다.

김대통령의 해외순방중 자신이 사퇴시기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게 그의 논리다.

이대표의 이런 태도는 대표직과 경선의 공정성은 관련이 없으며 김대통령이
귀국후 처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천명했음에도 즉각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항명''과 다름없다는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반이 진영에 대한 이대표의 거부감은 "대표직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는 이날 언급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심지어 "내가 대표직을 맡은 다음날부터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하는데 그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물론 정치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모두 포용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원칙도 없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대표측에서는 이와관련, 차라리 대표직을 내던지는게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으나 ''금도''를 강조하는 이대표의 확고한 입장 때문에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표측은 그러면서도 정권 재창출이라는 여권의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차피 반이 진영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깊이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이대표가 "문제를 풀어가도록 앞으로 정발협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양보할 것이 있으면 물론 양보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대목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대표측은 특히 반이 진영의 대표직 사퇴공세의 배경에는 이대표
집권후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보고 대화채널을 총동원, 이를 불식
시키는데 주력할 움직임이다.

27일 공식 출마선언에서 이대표가 대표직 사퇴에 대해 어떤 진전된 입장과
정치적 포용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