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이 안방극장에 쏟아진다.

작품상 감독상(앤터니 밍겔라) 여우조연상(줄리엣 비노쉬)등 9개 부문을
휩쓴 "잉글리시 페이션트"(비디오플러스)를 비롯 남우주연상(제프리러쉬)의
"샤인"(새한), 남우조연상(쿠바 주딩 주니어)의 "제리 맥과이어"
(콜롬비아)가 7월초 나란히 시판된다.

이들 작품과 6월 발매작인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 각본상
(코엔형제)의 "파고"(스타맥스)와 주제가상(앤드루로이드 웨버)의 "에비타"
등이 "아카데미 프리미엄"을 업고 벌일 7월 안방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뜨거운 사하라사막을 배경으로 사랑의 대서사시가
펼쳐지는 2시간39분의 대작.마이클 온다체의 소설을 영국출신 감독 앤터니
밍겔라가 장엄한 스케일과 섬세한 터치로 영상화했다.

2차대전이 끝나기 직전,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

심한 화상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가 누워 있다.

국적을 알 수 없어 그냥 "잉글리시 페이션트"라 불리는 그는 헝가리
출신의 지리학자 알마시 백작(랄프 피네스).

전쟁 중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간호사 한나는 알마시에게 집착하며 헌신적으로 간호한다.

영화는 알마시가 사하라사막에서 영국 귀부인 캐서린과 나눈 가슴 아픈
사랑을 회상하는 장면부터 현실과 기억을 넘나들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회상속에서 알마시와 캐서린의 가슴 졸이는 사랑이 낭만적으로 전개되며
현실에서는 한나와 인도출신의 폭탄전문가 킵의 순수한 사랑이 펼쳐진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시적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극찬이
무색하지 않은 작품.

하지만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영국식의 품격높은 문예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샤인"은 현존하는 호주출신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과시하는 헬프갓.

아버지의 독선적이고 과도한 애정때문에 상처받은 헬프갓은 "악마의
협주곡"이라고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한 뒤 정신이상이
된다.

이후 길리언의 헌신적인 사랑의 힘으로 재기하는 과정이 가슴뭉클하게
펼쳐진다.

호주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제프리 러시는 헬프갓의 열정과 광기,
고뇌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한다.

중국 천안문사건 다큐멘터리 "철의 만리장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콧 힉스 감독은 헬프갓의 음악과 삶에 매료돼 7년에 걸친 준비끝에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엮어냈다.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맨 매니저의 사랑과 야망을 다룬 휴먼드라마.
냉혹하고 비정한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축출당한 35세의 인간적인 매니저
제리 맥과이어의 통쾌한 재기전을 그린다.

앞부분이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지루한 감을 주지만 전체적으로 눈물과
웃음을 적절히 섞었다.

제리와 촌스러운 미혼모 도로시(르네 젤뤼거)가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유례가 없을만큼 매력적인 모습과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 제리역의
톰 크루즈는 아카데미에서는 제프리 러쉬에 밀렸지만 전미비평가협회와
골든 글러브에서 주연상을 받았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