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다이빙하는 일요일을 위해 많은 약속들을 다른 날로
미루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내게 연휴는 다이빙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나는 이번만은
아주 멋진, 내 마음에 꼭 드는 다이빙을 기대하며 벌써 머리 속으로 열심히
다이빙을 한다.

포항에 떨어진 그날로 첫 다이빙을 마친 우리는 그날의 다이빙 내용을
반성해 본다.

서로 잘못된 잠수동작 등을 지적하면서 내일의 잠수계획을 짜는 시간이다.

다음날 아침,포항 석동마을 앞바다에서 물에 들어간 나는 하강하기 전에
잠깐 명상에 잠겼다.

잠수개시전에 "명상하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계명이다.

2박3일간의 다이빙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다이빙했던 석동의 물살들과 함께 지난 7년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다이빙을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 "시 스킨스쿠버 클럽"을 만들면서
부터.

당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순진한 생각에 멋모르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 중견 잠수동호회로 자리잡았다.

회원수는 가족회원까지 합쳐 전부 20명.

최기호 진우엔지니어링부장, 정연명치과의원원장, 조성임 다이빙숍사장
등이 창단 멤버이다.

월 1회의 정기투어와 연 1회의 해외원정 다이빙을 실시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즐거운 잠수를 위해 경북 영덕 제이다이버스의 진길봉 강사로부터
지속적인 잠수교육을 받고 있다.

"시 스킨스쿠버 클럽"은 단지 다이빙 실력만 우수한게 아니다.

우리바다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지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진촬영을 즐기는 회원이 다수지만 수중사냥이나 채취는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어촌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보면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잠수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만들어
지길 바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