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들끼리 합의해 한 명의 상속인이 상속재산과 채무 일체를 물려
받기로 한 약정은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재판장 이돈희 대법관)는 27일 신용보증기금이 원모
(서울 용산구 이촌동)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전채무처럼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부담액을
나눌 수 있는 가분 채무는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만큼 공동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분할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원씨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채무 일체에
대한 상속권을 자녀중 1명에게 단독 양도한다는 상속인들간의 협의를
근거로 채무이행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채무이행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채권자인 신용기금측의
동의없이 이뤄진 협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용기금측은 지난 95년 숨진 원씨의 아버지가 보증을 선 회사가
부도나자 회사의 은행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 상속인인 원씨 자녀들에게
대출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원씨는 그러나 상속인들의 협의하에 상속재산과 채무를 상속인중
1명에게 단독양도 한다는 분할합의를 근거로 자신에게는 채무변제의무가
없다며 대출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신용기금측은 원씨가 상속재산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가
없었던 만큼 상속채무에 대해 법정상속분만큼 채무변제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