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선각공사부 김문부 기장.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제일의 용접공이다.

지금까지 김기장의 손을 거쳐간 배는 3백여척.

까다롭기 소문난 X레이 촬영검사에서도 그의 용접은 언제나 무사통과다.

김기장의 솜씨는 그가 개발해낸 신공법에서 잘 나타난다.

선박을 만들때 가장 골치아픈 것 중의 하나가 용접부위의 휨현상.

배를 만든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철판이 휘어버려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기장은 역변형 조립방식이라는 신공법을 개발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휘는 방향의 반대쪽에서 열을 가해 선박블록을 판판하게 만드는 원리다.

그는 배의 각 부위별로 휨 방지 공식을 연이어 개발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용접 매뉴얼로 사용되는 기술들은 바로 김기장이
개발한 내용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접때 사용하는 선체 작업용 발판기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선체 정리용
호스등도 제조했다.

다양한 선박제조도구를 국산화함으로써 선박 1척당 작업시간을 크게
줄였다.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1억여원의 원가절감이라는 소득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김기장의 일에 대한 열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선박철판을 절단할 수 있는 수동용접기와 호스 등의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곡직용 Y자관을 개발해 작업능률을 배로 높였다.

"한국의 조선기술은 세계최고를 자랑합니다.

이땅의 모든 기능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요즘 창고와 컨테이너 내부및 각종 공구의 규격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김기장의 손끝에서 "기술한국"의 신화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