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몸매를 더욱 자신있게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게 패션
디자이너의 임무겠죠"

(주)진도 "쉬본" 사업부의 이연재(31)씨는 유행의 최전방에 서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쉬본"은 진도가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을 겨냥해 내놓은 캐릭터캐주얼
브랜드로 베이직한 분위기에 약간의 캐릭터를 가미한 것이 특징.

"예전에는 소매없는 옷을 "정장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반소매 정장이 어색해 보일 정도예요.

대부분 여름용 정장이 소매없는 옷들이거든요"

요즘 젊은이들의 과감한 노출에 대해 그는 대체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노출은 여성의 본능"이라 했던가.

찌는 듯한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필요에 의한 노출"이 패션과 결합해
"보여지기 위한 노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

하지만 그도 상식을 벗어나거나 자신의 몸매를 무시한 노출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마치 수영복 같이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죠.

자신의 기분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야겠죠"

올 여름 노출패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그는 "뷰스티에"의 확산과
깊이 파진 "슬릿 (치마의 트임)"을 든다.

어깨를 드러내면서 앞뒤를 가는 끈으로 연결한 "뷰스티에"는 이번 여름
부쩍 눈에 많이 띄는 옷차림.

또 긴 치마에 앞뒤나 옆으로 깊게 트임을 낸 스커트도 올해 유행하는
노출패션이다.

"탄력있는 소재를 사용해 몸에 꼭 붙게 한 옷들도 노출패션의 하나죠.
신체의 라인을 드러내는 것이 때로는 더 섹시해 보이기도 하거든요"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는 이른바 "노출패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바뀌길 바라고 있다.

"외국에 나가보면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들은 주변의 시선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아요.

좀더 담담한 시각을 가졌으면 해요"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 탓에 그는 여름 속에서 벌써 가을과 겨울을
살고 있다.

가을 신제품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라 요즘 정신없이 바쁘지만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빌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웃는다.

< 박해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