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젊은이가 결혼비디오를 찍겠다고 나섰다.

현직 CF감독을 비롯해 영상에 관한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다.

"쌩끄 프로덕션".

결혼비디오 촬영 전문업체이다.

쌩끄는 불어로 다섯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쌩끄의 리더는 신종호(34)사장.

그는 올초 꽤 안정된 직장의 과장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알음알음으로 현재 동료들을 수배했다.

대학때부터 갈망해온 프로덕션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그의 목표는 결혼비디오시장이 아닌 뮤직비디오 CF를 제작하는 것이다.

쌩끄의 최대자산인 전문인력을 결혼비디오 촬영으로 낭비할수 없다는
생각.

더구나 결혼비디오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한 데도 드물다.

현재 비디오 촬영가격만 보더라도 10년전이나 별반 다를바가 없을 정도.

"일반 사진관뿐만 아니라 결혼관련업체들이 대부분 결혼 비디오를 다루고
있어요.

저희가 진출해봤자 나눠가질 파이가 커 보이지 않았어요"

그가 뮤직비디오 CF제작의 꿈을 접고 결혼비디오시장에 뛰어든것은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다.

평소 안면이 있던 이가 장비까지 빌려주며 결혼식을 비디오에 담아달라고
부탁한것.

그 다음은 쉽게 상상할수 있다.

아름다운 한편의 CF같은 결혼비디오.

이를 본 사람들이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물론 신사장 나름대로 치밀한 검증도 거쳤다.

유명 스튜디오의 작품을 훑어보기도 하고 좋은것은 벤치마킹도 했다.

쌩끄의 구성원 모두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석달전이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특히 작품의 차별성에 초점을 맞추니 가격이 높아질수 밖에 없더라구요"

호텔 예식장 스튜디오 등을 협력업체로 삼아 돌파구를 찾아보려했지만
가격이 번번이 걸림돌이 됐다.

쌩끄 프로덕션이 작업에 착수하면 2명의 카메라맨이 현장으로 향한다.

결혼식 전후상황을 빠짐없이 영상에 담기 위해서다.

그리고 담아온 영상에 음악을 넣고 가공편집하는데 족히 일주일 밤샘작업이
필요하다.

쌩끄 프로덕션의 전략상품은 뭐니뭐니해도 드라마.

신랑 신부의 역사를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 준다.

신랑신부가 원할 경우 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형스크린으로 방영해주기도
한다.

"작품에 대한 자신은 있지만 홍보가 어렵습니다.

상품이 영상이다보니 말이 안 먹혀요.

일일이 데모테이프를 들고가 보여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의뢰건수가 늘고 있다.

명성과 소문이 고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다.

특히 친구 집들이에서 봤다며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쌩끄 프로덕션의 자산이라야 디지털비디오카메라 2대와 첨단 편집기
1대가 전부다.

그래서 한달간 의뢰받을수 있는 건수는 20건정도.

그 이상은 소화할수도 없다.

신사장은 오는 연말쯤이면 장비를 2배로 늘릴수 있을것으로 예상한다.

"길게 잡아 2년정도 한뒤 뮤직비디오나 CF촬영으로 업종을 전환할
생각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 너도나도 따라해 차별성도 사라질게 뻔합니다"

그가 쌩끄 스튜디오대신 쌩끄 프로덕션을 회사간판으로 정한 이유다.

(02)512-5155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