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아파트는 정상적인 아파트에 비해 얼마나
가치가 떨어질까.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최근 대전 서구 갈마동 1418번지에
있는 아파트1백94가구를 대상으로 일조권 부족을 계량화,아파트
시세를 산출했다.

23평형, 32평형 6개동으로 구성된 아파트에 대한 이 조사는 법원이
일조권 침해에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판결을 위해 조사를 의뢰해와
실시됐다.

한국감정원은 사생활 침해나 층별 차이를 모두 배제한 채 순전히
일조량과 시간만을 따져 일조권 가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순수한 일조량과 일조시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가치는 적게는 가구당 1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조사대상 아파트 중 평균 시세가 1억2천만원인 32평형의 경우 일조권
침해가 큰 저층 아파트는 햇볕이 잘 드는 층의 아파트보다 총 시세의
8.33%에 달하는 1천만원까지 가격이 낮았다.

`햇볕 값"이 1천만원의 현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는 얘기다.

같은 평형 가운데 고층 아파트도 일조권 침해가 없는 정상적인
아파트에 비해 적어도 4백만원 정도 가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8천5백만원을 호가하는 23평형은 햇볕이 잘 드는 아파트에 비해
저층의 경우 최대 6백만원까지, 고층은 최소 1백만원 가량 값이
덜 나갔다.

일조권 침해에 따른 가치하락액을 조사하기 위해 충남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한 한국감정원은 분양성이 좋은 곳에서는 일조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채비슷한 가격에 아파트가 분양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고 일단 분양된후 매매되는 과정에서 일조권이 가격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아파트는 일조권이
무시되고 모두 같은 가격에 분양이 이뤄졌다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아파트 공급에 있어 이런 권리침해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제로 현재 일조권 침해에 따른 가치하락부분에
대한 크고작은 소송이 전국적으로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는 대상범위가 1백94가구에 이르는 비교적 큰 집단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