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철 <미 미네소타대 교수>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다.

기업들의 사훈이나 경영방침에서도 인재개발은 흔히 찾아볼수 있는
기업가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의 사무직이나 생산직 사원들의 생산성이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에 못미친다는 보고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적자원개발(HRD : human resource development)과 관련,
필자가 갖는 구체적 문제의식은 인적자원 개발이 사업전략과 연계된 전략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이 분야 전문가를 키울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이 두가지 문제가 야기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21세기를 내다보며 도전적인 사업전략들을
발표하고 있다.

전략수행의 주체가 될 인력은 고려하지 않은채 기업전략만 세우고 이를
집행할 때, 기업은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식집약적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는 자금과 기술
조직도 중요하지만 더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럴수록 HRD의 전략적 기능은
커진다.

사업전략수립에 참여하는 HRD전문가는 첫째 조직방향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전략기획의 개념과 방법 그리고 시스템 사고를 갖도록
돕는 교육과 촉진역할을 수행하고, 둘째 중장기 사업기획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하여 "미래의 상황"에서 인적자원이 갖추어야할 지식이나 기술을
판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HRD관리자들이 사업의 기획 수립단계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발휘할 만큼
전문화되어 있는가 하고 질문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개발분야는 아직 전문가를 배출하기에 충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는 교육학 경영학 심리학 경제학 엔지니어링 등의
지식을 결합하여 인적자원 개발이란 학위및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배출된 전문가들은 많은 교육 프로그램들과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고 한국은 그들의 주요 고객이 되어 엄청난
외화를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문영역간, 혹은 학과간 높은 장벽 때문인지 수요는
많으나 이분야의 예비전문가를 대학에서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사설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연수담당자들을 위한 단기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강사기능에 필요한 내용을
다룰 뿐이다.

HRD는 이런 협의의 교육기능 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설사 어떤 사원이 일할 수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규정되어 있는
일의 배치가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충분한 정보 시간 예산 등이 주어지지
않거나, 개인과 부서, 부서와 부서 사이, 부서와 전체 조직간의 관계가
생산적이지 못할 때 그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가 가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수 없고 오히려 배운대로 하다가는 조직내에서 눈총받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것은 조직의 시스템 문제이고,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조직 개발이다.

개인경력에서 성장욕구와 조직의 인적 필요를 일치시켜 장기적인
인력수급을 위한 경력개발이 추구돼야 한다.

그런데 교육훈련 경력개발 그리고 조직개발, 이 세가지 영역은 개발이라는
변화과정을 근본적인 프로세스로 하는데 이들을 합하여 인적자원 개발이라
한다.

앞서 지적한 HRD 부서의 전략적 기능부족과 아울러 HRD 전문가 혹은
전문성의 부재는 여러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겪고있는 보편적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HRD의 필요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조직이 구조적으로 잘못된 문제해결을 엉뚱하게도 사원교육으로
때우려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교육은 할수록 낭비이다.

또 교육 커리큘럼속의 어떤 프로그램이 왜 포함되어 있는지 그 분석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때문에 타기업체에서 이미 실행하여 사원들이 좋아하는가
여부가 검증된 프로그램이나 외국에서 도입한 것을 선호하여 도입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신발이 모양좋다고 내발에 맞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둘째 HRD에 대한 비용 효과 분석 개념이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거의 모든 우리나라 기업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는 교육직후의
교육참여자들의 만족도로 교육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일단 어떤 프로그램이나 강사이든 재미있는 것이 아니고는
우리산업 교육에서는 발붙이지 못한다.

대개 직무의 기술적 역량배양에 관련된 프로그램보다는 주로 대인관계
훈련이나 리더십훈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그러나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그 프로그램의 기업성과에 대한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

학생시절에 재미없고 매맞아 가면서 배운 비인기 과목의 지식과 기술이
생애의 중요한 자산이 된 것처럼 다소 딱딱한 직무 지식이나 기술 함양이
조직에 더 기여할 수도 있다.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목표와 수행에 필요한
개인 역량을 뽑고 구체적 직무행동의 예들을 제시하는 이른바 역량 모델로서
통합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기업체마다 대개 그 기업의 인재상이나 기업가치는 사훈 등의 형태로
사원들에게 사내외에 제시되고 있지만 대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
세계화를 주도하는 인재"식의 문구들의 조합이다.

이러한 개념을 HRD 전문화된 기술로 가시화시키지 않으면 인력의 관리나
개발에 아무런 도움이 없는 립서비스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