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4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개최에 합의, 본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4자회담을 위한 논의가 진전을 보인 것은 지난해 4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제주 정상회담에서 회담개최를 공식 제의한지
1년2개월여만의 일이다.

이로써 한국전쟁 이후 44년간 불안하게 유지되어 오던 한반도 평화문제가
본격적인 국제협상의 테이블에 올려지게 됐다.

한국전쟁의 참전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회담체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의 예비회담 수락은 한미 양국의 끈질긴 설득과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속에서 회담에 응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더이상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북한당국의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량난 해결과 함께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체제
안정이 필요한데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필요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 등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로서도 4자회담 참여를 통해 한미 양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지원을
얻어내 내부 불만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권력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실익이
있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북한이 4자(예비)회담에 참여키로 한 이상 한미 양국은 앞으로
회담 분위기 조성차원에서 추가 식량원조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미 양국의 입장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예비회담을
본회담으로 바로 이어가기 위해 북한이 태도를 돌변하기 전에 추가
식량지원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본회담에서 다룰 최대 의제는 역시 평화협정 체결과 군사적 신뢰
구축인 만큼 군축문제를 다루게 되는 본회담의 장래는 여전히 가늠하기
힘들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버팀목인 군사력 문제에 관한한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회담개최 과정에서 또다시 어려운 문제를 들고 나와
회담을 공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예비회담을 질질 끌면서 본회담 참석을 대가로 식량
원조와 북.미 관계 격상, 경제제재 완화 등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의 공식적인 수락으로 4자회담은 예비회담을 거쳐 빠르면
올하반기중 본회담이 개최되는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담의
개최목적을 둘러싼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게 공통된
견해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