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흐름에 관심을 가진 중소기업인들이 많다.

그러나 자금시장과 생산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자금관련자료를
구하긴 어렵다.

이런 여건을 감안, 매주 수요일 본란을 통해 사업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자금조달 및 관리기법을 안내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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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졌다.

밑빠진 독에 부으면 금새 빠져나간다.

저축해두지 않으면 가뭄때 몹시 시달리게 된다.

그렇지만 한곳에 너무 오래 가둬두면 금방 썩어버리고 만다.

때문에 돈과 물은 물꼬를 잘 다뤄야 한다.

지난 상반기중에도 5천여개 중소기업이 돈가뭄에 시달리다 부도를 내고
말았다.

새사업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돈줄을 잡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외친다.

"도대체 돈이 다 어디 갔단 말인가" 그렇다.

돈이란 묘하게도 때와 곳에 따라 넘치기도 하고 메마르기도 한다.

따라서 동대문에 가서 한강물을 찾아봤자 허사다.

화공플랜트분야 선두업체인 오성엔지니어링의 이찬열(42) 사장은 "돈은
담아두기보다 자기앞으로 흐르게만 하면 된다"고 단언한다.

그의 자금조달기법은 특이하다.

5년전 첫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사업자금을 구하러 은행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건자재상을 찾아갔다.

그는 6천만원어치의 건자재를 3개월외상으로 대줄 사람을 물색했다.

건설업체에 근무할때 친했던 건자재상을 찾아가 차분히 설득했다.

마침 건설공사가 부진한 시기여서 그의 요청은 예상외로 쉽게 먹혀
들어갔다.

1주일만에 승락을 얻어냈다.

아무런 담보도 없이 6천만원이란 돈을 석달간 빌린 셈이다.

사실 이 6천만원은 은행대출금 1억원과 맞먹는 돈.

사업초년생으로서 은행돈을 빌리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천만원어치의 철재를 확보하자 정유회사로부터 플랜트공사를 수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설계에 들어가면서 그는 선수금으로 2천만원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금융기관에 찾아가 대출을 받기위해 안간힘을 기울일
시기에 그는 이미 선수금 2천만원을 은행에 넣어놓는 기업인이 된 것이다.

여기서 그가 이 기법으로 번 것을 한번 따져보자.

첫째 자금대출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둘째 원자재공급처와 발주회사를 한꺼번에 확보했다.

셋째 대출이자 수수료 보증료등 금융비용을 벌었다.

넷째 대출인이 아니라 저축인으로 금융신용을 구축하게 됐다.

물이 공업용수가 되고 화학용액이 되듯 기업의 돈도 흐름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금에서 출발, 원료 기계 등 생산요소가 되기도 하고 제품으로
바뀌었다가 매출어음으로 되돌아온다.

이를 은행에 가서 할인받으면 다시 현금이 된다.

이찬열 사장은 이런 돈의 흐름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특히 "현물도 돈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가둬두지 않고 자기앞으로
흘러가게 하는 지혜를 활용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자.

외상장부 기술자 현물 등 어느 것이든 돈의 다른 모습이란 점을
재인식하자.

그렇지만 금융기관에선 현물로 결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물에 돈이 너무 잠겨있으면 일시적인 자금난에도 쓰러질 수
있다.

때문에 얼마나 돈이 현물에 잠겨있는지 자주 분석해봐야 한다.

또 남의 돈을 너무 많이 끌어들이면 못둑이 약해져 무너져 버리고만다.

따라서 부채비중이 높을 땐 부채율을 증가시키지 않는 직접금융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증자 벤처캐피털 등을 이용하면 된다.

이제부터 물처럼 다양한 얼굴로 나타나는 이 돈흐름을 자기의
물꼬안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전략을 짜보기로 하자.

<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