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자 윤효상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영신에게 덤벼들어서
주먹으로 면상을 냅다 갈긴다.

그녀를 실컷 패줄 수 있는 기회는 오늘밖에 없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이 여우같은 년아"

그는 그녀를 죽지 않을 만큼 갈겨주지 않고는 분이 안 풀린다.

힘없이 픽픽 쓰러지는 그녀를 타고 올라앉아서 윤효상은 쇳덩어리 같은
펀치로 그녀의 면상을 일그러지도록 갈긴다.

그녀는 입에서 피가 튀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무방비상태로 얻어맞는다.

장인인 김치수 회장을 때려 눕혀서 밟아 죽이고 싶은 폭발력으로 그는
그녀를 거의 반쯤 죽일 듯이 후려치면서 후련함과 함께 공포를 느낀다.

그렇게 처절하게 얻어터지고 있을때 밖에서 백차의 사이렌이 울리면서
요란한 마이크소리가 난다.

"문을 여시오, 경찰이오. 빨리 문 열어요"

반은 실신한 영신은 부어 터진 눈으로 윤효상을 올려다본다.

그런 속에서도 그녀는 흥분하지 않고, "이제 속이 시원해요? 아주
죽이시지. 죽이고 죽지 그래요.

미친 사람처럼 약자를 이렇게 폭행했으니 얼마나 비겁해요? 당신은 왜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바로 이런 비겁함 때문이야, 이 자식아"

그녀가 소리치는 그 순간 윤효상이 그녀의 얼굴에 발길질을 세게 한다.

그순간 영신은 기절해버린다.

윤효상은 그녀를 들어 죽지 않았나 확인을 한다.

그녀는 순간 완전히 창백하다.

윤효상은 밖으로 달려나가서 정문의 스위치를 누른다.

암호는 1238이었다.

경찰차가 들이닥치며 안으로 순경들이 달려들어온다.

"부부싸움 중이오. 저 여자를 병원에 데려가요. 지금 기절했으니까,
살려요 살려" 경

찰차가 영신과 윤효상을 싣고 급하게 사이렌을 울리면서 병원으로
달린다.

급하게 된 윤효상은, "이 여자를 살려요. 나는 죽이려고 하지 않았는데"
라고 외치면서 영신의 몸을 결사적으로 마사지한다.

"이봐 정신차려.이봐 정신차려"

그녀를 마구 흔들던 윤효상은 영신이 깨어나지 않자 갑자기 겁이 와락
난다.

"이봐 정신차려. 이봐"

윤효상은 공포에 사로잡히며 그녀를 마구 흔든다.

"약한 여자를 그렇게 기절하도록 때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순경이 소리친다.

"우리는 부부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윤효상이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