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의 흑자전환은 일시적인 "반짝" 현상인가, 아니면 수출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신호인가.

지난달 월간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사상 최고치인 1백23억4천6백40만
달러에 이르고 30개월 만의 첫 무역흑자(9천7백6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이와
같은 수출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수 있을지, 또 경제전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뜨겁다.

통상산업부가 발표한 6월중 수출입실적을 보면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청신호가 켜졌다고 할수 있다.

올들어 1.4분기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증가율이 4월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6월에는 두자리수 가까운 9.2%를 나타냈다.

물론 한달간의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였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 계제는
아니다.

하지만 수출경기 회복이 기대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정부가
경제정책의 맨 앞자리에 놓고 있는 무역수지적자폭 축소가 어느정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은 오랫동안 풀이 죽어온 수출당국과 업계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벌써부터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1백억달러
내외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부에서는 우리경제의 활황국면
재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성급한 전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6월중 수출입내역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흑자기조 정착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6월중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수출업체들이 6월말까지의 연간실적을
통해 선정되는 "무역의 날"포상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또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들의 자본재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난 1일부터 실시된 농축수산물 69개 품목의 수입자유화
등으로 이 부문의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등 수입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수출회복세가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적 개선 없이 환율과
세계시장 수요확대 등 주로 외부환경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수 없다.

또한 반도체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몇몇 품목의 경기
변동에 따라 전체수출이 울고 웃는 취약한 수출구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볼 때 6월중 무역수지흑자의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와 제품으로는 해외시장여건이 변할 때마다 극심한
기복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도 내부로부터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 지속적인 수출증대의
지름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역흑자구조의 구축을 위해선 신기술-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등 상품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함께 수출산업의 구조조정및 기업체질개선 대책이
하루속히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수출업계 모두 모처럼 지핀 불씨를 살려 흑자기조 정착으로
연결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