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입통계는 "고무줄 잣대"로 잰 것인가.

중국은 자국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수출액은 가능한한
적게 잡는 반면 수입액은 늘려 잡는 통계집계방법을 쓰고 있다.

이런 중국의 "얌체전략"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집계한 교역통계와 큰
차이가 날뿐만 아니라 통계수치의 정확성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당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50억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측은 중국의 대한 무역수지적자가 29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해 그 차이가 21억달러에 달한다.

미국과의 교역에선 그 차이가 더 크다.

중국당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1백5억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측은 이보다 2백76%(차이 2백90억달러)가 많은
3백95억달러로 집계하고 있다.

왜 이런 교역통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당국이 교역수지흑자는 적게,적자는 많게 해 해당
국가에 대해서 자국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당국은 홍콩을 "고무줄 잣대"의 주지렛대로 활용하고 가공무역과 운임
보험료 등을 보조지렛대로 사용한다.

중국당국은 홍콩을 거쳐 한국과 미국으로 재수출한 물품을 대홍콩 수출로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홍콩을 경유해 반입됐더라도 엄연한 중국상품이므로
중국산 수입으로 잡고 있다.

수입은 그 반대이다.

중국당국은 홍콩을 거쳐 한국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물품을 대한 또는
대미 수입으로 계상하나 한국과 미국은 대홍콩 수출로 처리한다.

수출입 상품의 홍콩경유 여부가 교역량 산출의 "고무줄 잣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중국은 홍콩에 3백29억달러를 수출하고 78억달러어치를 수입해
대홍콩 교역에서 2백51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홍콩을 경유할 때 붙는 중계마진도 교역통계의 차이를 초래하는 한 원인
이다.

중국측은 자국의 대미수출품이 홍콩을 거칠 때 중계수수료가 붙는 바람에
평균 가격이 40.7% 상승하고 완구류와 의류등은 1백%까지 상승한다고 주장
한다.

중국대외무역경제합작부 관계자는 "홍콩수출입상들은 중국산 상품을 중개할
때 수수료로 평균 16%를 붙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홍콩을 거쳐 한국 또는
미국으로 가는 제품은 중국의 실제 수출액보다 그만큼 많은 금액을 수입액
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측이 내세우는 또다른 이유는 가공무역 부문.

일본이나 한국등 제3국에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마저 전적으로 중국의 대미수출로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가공무역에 관한한 중국의 상품수출이 아닌 원자재 제공국가(제3국)의
대미수출이라는게 중국측의 주장이다.

이밖에 중국은 수출은 FOB(본선인도조건)로, 수입은 CIF(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조건) 기준으로 계상하는 "작전"을 써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높게
나타나게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수출과 수입 양쪽에 FAS(선측인도조건) 가격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중국과의 통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대중교역상의 통계오차가 크게 나타나자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통계회의를 개최, 홍콩등 제3국을 경유한 거래와 재수출 운임 보험료
등을 조정하고 있으나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통상마찰의 불씨로 남아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