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한보철강 입찰을 앞두고 채권은행단이 제시한 인수조건등이 현행
공정거래법상 전혀 현실성이 없어 입찰성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단이 지난 1일 입찰설명회때 밝힌 인수조건에선
인수사가 인수계약 체결후 한보철강의 부채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
을 서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인수자격이 있는 15대 그룹이나 철강업체중에선
포철등 극히 일부기업을 제외하고는 담보나 보증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채권은행단 실사결과 한보철강의 부채(6조6천54억원)는 자산
(4조9천7백29억원)보다 1조6천3백25억원이나 많아 사실상 그만큼을 지급
보증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은 내년 3월까지 30대 그룹의 상호지급보증 규모를
자기자본의 1백%로 축소토록 규정하고 있어 어떤 기업도 추가 보증여력이
없는 상태다.

또 정부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는 2000년부터 차입금이 자기
자본의 5배가 넘는 기업에 이자손비 불인정등 불이익을 줄 방침인 것도
한보철강 인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보철강의 경우 그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기자본이 최소한
1조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도 1조6천여억원의 자본이 잠식돼 있어 인수사
는 약 2조6천여억원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 액수라면 포철의 지분을 42%나 인수할 수 있는 규모여서
현실적으로 이를 부담할 기업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천제철등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제도 아래선 한보철강을
인수하고 싶어도 못할 형편"이라며 "인수조건을 보다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은행단 관계자는 이와관련,"공정거래법 규정등을 이행하려면 한보철강
의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채권은행단은
정부가 한보철강을 그같은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해 주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지보 축소 예외대상은 합리화 지정 업체로
한정돼 있으나 공정위 관계자는 한보철강을 합리화 업체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