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는 NO, 삼미는 YES"

올초 부도를 내고 제3자 인수를 기다리고 있는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

이 두 회사를 대하는 업계의 반응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한보철강 인수는 극구 꺼리면서도 삼미특수강엔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국내 철강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포철과 인천제철이 서로 "한보는
네가 갖고 삼미는 내가 갖자"는 식으로 덤벼들어 두 부도기업의 향배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한보철강은 오는 8일 매각 입찰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채권은행단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삼미특수강의 경우 오는 8월말에나 법정관리 실사결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포철과 인천제철간 물밑 인수경쟁이 뜨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보의 경우 워낙 덩치가 큰데다 회생 여부도 불투명해 철강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미특수강은 규모가 작아 인수부담이 덜한데다 공장도 알짜배기
여서다.

실제로 한보철강은 자산이 4조9천7백27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6조6천54억원
에 이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실덩어리인 셈이다.

여기에 (주)한보 한보에너지등 계열사들과 복잡하게 얽힌 지급보증이나
세금 미납액등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부채를 생각하면 인수할 용기가
사라진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의 고백이다.

게다가 당진제철소의 불투명한 경제성도 한보철강 인수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

특히 코렉스 설비의 경우 아직 경제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누구도
떠안기를 겁내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인 현대그룹이 한보철강의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이 그룹은 코렉스 공법의 당진제철소의 블랙홀이라고 폄하한다.

반면 삼미특수강은 경우가 다르다.

무엇보다 규모도 작아 누구라도 인수를 추진해볼 만하다.

이 회사는 자산과 부채가 각각 1조5천여억원과 1조4천여억원으로
한보철강의 5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

더구나 연산 25만t짜리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은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특히 삼미는 창원공장중 수익성이 나쁜 스테인리스 봉강및 강관부문을
부도직전 포철에 이미 팔아 버려 지금은 노른자위만 남아있는 셈이다.

어쨌든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을 사이에 놓고 요즘 포철과 인천제철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관중들의 시선은 묘한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에 모아진다.

<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