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참사 2년8개월만에 성수대교가 완전복구돼 3일 정오부터 통행이
재개됐다.

개통 첫날 호기심 운전자들이 몰려들면서 체증현상을 빚었다.

일반차량 통행이 시작된 12시를 기점으로 차량이 서서히 증가해 오후
2시이후부터는 아예 거북이 운행.

이 탓에 성수대교 남단 진입로인 언주로와 북단 응봉로는 교통체증이 더욱
심화됐다.

반면 주변에 있는 영동대교와 동호대교는 오히려 통행차량이 줄어 소통이
훨씬 빨라지는 효과를 보기도.

시관계자는 "뼈아픈 참사가 있었던 다리인만큼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앞으로 2~3일간은 이같은 시민들로 평소보다 정체가 심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 성수대교 중간부분에서 조순 서울시장과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신신묵 기독교교회지도자 협의회장
등 각계인사와 희생자유족 일반 시민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식을
가졌다.

개통식이 열린 성수대교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주변의 강물도
전날부터 내린비로 흙탕물이어서 2년여전의 비극을 연상케 했다.


<>. 조시장은 인사말에서 "이 자리는 단순한 다리의 개통식 자리가
아니라 서울시의 건설사상 획기적인 날"이라면서 "그간 "빨리빨리"
"대충대충" 건설하던 개발연대의 관행을 청산하고 성의를 다해 안전하고
아름답게 건설하는 시민시대의 새로운 전통을 상징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사고당시 여학생을 포함 8명의 희생자를 낸 무학여고 전교장 김영의씨
(67.여)는 "억울하게 희생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죄없는 학생들의
억울한 희생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적당주의"와 "무원칙주의"를 추방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들의 말없는 유언을 실천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이날 개통식의 하이라이트는 헌화순서.

헌화는 참석자들이 영동대교쪽 다리난간 앞에 마련된 흰색 헌화대에
올라가 희생자 숫자에 맞춰 서울시가 미리 준비한 32송이의 흰색 국화를
한송이씩 강물 위로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족대표 장영남씨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총무원장 신신묵 협의회장
조순 시장 문일권 시의회의장과 유족들 및 일반 시민의 순서로 진행된
헌화는 특히 개통식 내내 눈시울을 붉히던 유족들 차례가 되자 숨진 가족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통곡,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 헌화에 이어 현대건설 성수대교 현장소장 민상기씨(50)는 2년전의
악몽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위주로 철저히 시공했다는 내용과
공사참여자 감리자의 이름이 새겨진 "공사실명제" 동판을 조시장에게 전달.

민소장은 동판을 전하면서 "성수대교 복구공사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교량이 되도록 건설했으며 시공자를 대표해 실명
표지판을 시에 전달함으로써 앞으로도 책임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 개통식에는 붕괴 당시처럼 외신기자 30여명이 취재에 나서 복구공사
상황과 영국 감리업체 R.P.T사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등 취재 경쟁을 벌였다.

외신기자들은 성수대교 붕괴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으나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 보다 충실한 시설물 건설과
관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