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숙 < 방송작가 >

TV드라마로 인기있던 "초원의 집"의 어린 소녀 로라를 기억하는 분이
많으리라.

로라는 실존 인물이며 초원의 집의 원작자다.

1867년 태어난 저자가 그의 첫 기억인 고향 위스콘신 숲속에서의
생활에서부터, 서부로 이동하며 개척시대를 살아온 가족사를 기록한 8권의
책을 기초로 만든 영화가 "초원의 집"이다.

원제는 "llttle House"로 숲속의 집, 초원의 집 등 여러 제목이 붙어있다.

우리가 아는 서부개척시대의 주인공은 카우보이 또는 건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서부개척의 진정한 주인공은 성실하게 땅을 일군
농민이며, 사랑과 믿음으로 다져진 건강한 가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아비는 농사짓고 사냥을 하고, 지어미는 텃밭을 가꾸며, 잡아온 고기로
소시지나 햄을 만들어 갈무리하고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하루하루 노동은 힘들지만 밤이면 춤과 노래, 기도로 하루를 닫는다.

일한 만큼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겐 가난에 찌든 냄새나
한서린 푸념이 없다.

희망과 믿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러나 책속에는 엄격한 가정규율이 보인다.

부부유별 장유유서마저도 우리의 전통예절과 다르지 않다.

말을 훈련시키는 대목은 그대로 교육학의 기본이다.

한마디로 건강한 삶이 담겨있는 책이다.

쫓기는 듯한 현대생활에서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과연
좋은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우리 가정의 모습이 옳은 것인가 돌아봐도
좋겠다.

더구나 아주 쉬운 영어로 쓰여있으므로 한국경제신문 독자라면 대부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장님이 된 딸에게 가장 예쁜 옷을 입히는 깊은 사랑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