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과 관련해 지난 95년9월에 체결한
양해각서의 수정을 위한 실무협상을 오는 8월중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소식은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정부가 미국의 협상요구를 수용할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온 터여서 다소 의외인 감이 없지 않다.

바로 지난 5월 임창렬 통산부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측의
협상요구를 완강하게 거절한바 있어 이번 전격합의 배경이 더욱 궁금해진다.

물론 우리정부가 양해각서 재협상 불가원칙을 갑자기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바 아니다.

통산부 스스로 인정했듯이 최근들어 미국자동차 업계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미국정부의 협상요구가 잦아져 더이상 버틸수 없는 지경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비록 우리측이 원치 않는 협상을 하게 되었지만 일단 협상에 응하기로
한 이상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협상에 동의한것 자체가 이미 중요한 "양보"라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우리가 양해각서와 개방 스케줄을 성실하게
이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이상 우리의 입장은 조금도 꿀릴 것이 없다고
본다.

문제가 있다면 양해각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내용의 수정을 요구해온
미국측의 안하무인격 태도라고 해야할 것이다.

한국자동차시장의 추가개방을 노려 미국측이 제기하고 있는 현안들은
대부분 95년 협상당시 이미 충분히 논의됐던 문제들이다.

특히 미국측이 문제삼고 있는 한국자동차시장의 수입장벽만 해도
억지논리로 가득하다.

95년 협상에서 한국측은 조세주권을 포기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자동차세 인하요구를 들어줬다.

그 결과 작년 한햇동안 외제자동차수입은 2만5천대를 돌파했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으로부터 3면 협공을 당하는 형국에
몰려있다.

올들어 수입차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기침체
탓이지 외국차에 특별한 불이익을 줬기 때문이 아니다.

국산차 역시 심각한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수 있는
일 아닌가.

미국의 요구가 집요하고 억지성이 강한만큼 우리측의 협상자세도
그 어느때보다 단호해야 한다.

이번에 밀리면 유럽과 일본의 대한국 자동차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나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선진국의
자동차공세는 우리가 물러난다고 해서 멈춰질리 없다.

미국의 한국산 컬러TV 반덤핑조치에 대해 우리측이 보여주고 있는
단호한 태도가 자동차협상에서도 견지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