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개혁조치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기업재무구조 개선, 중앙은행 제도개편, 경제행정 규제완화, 물가및
세제개편등 경제전반을 망라하고 있다.

개혁 과제들의 세부항목을 들여다보면 건축설계에서부터, 단순의약품
판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 조정까지 1백여가지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개혁과제들의 대부분은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이해당사자
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혼란상만 드러내고 있다.

지나치게 명분에 집착해 현실적인 수용능력을 감안하지 않았거나 관계
부처간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탓이다.

예를들어 오는 2000년까지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철폐토록 한 점이나 초과
차입금을 손비에서 제외토록 한 재경원의 방침은 경제계의 심각한 반발을
사고 있다.

중앙은행 제도개편과 통합 감독원설치는 정부와 한은, 감독기관들간의
분쟁은 물론 국회에서의 갈등으로 비화되어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의 갈등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들간에도 견해차가 노출되고
있다.

단순의약품 판매를 수퍼마켓에까지 확대하자는 개혁안은 복지부와 약사들의
반발이 어우러져 있고 건축예술품 설치의무 폐지, 물가안정 체제구축등은
건교부, 농림부, 재경원이 갈등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의 경제 규제개혁 위원회는 최근 건축, 환경분야등의 개혁과제들을
검토했으나 관련 정부부처들간에 갈등의 골만 심화시킨채 상당부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는 파행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혁방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다보니 저항과 갈등도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이해집단의 반발이라고 보기에는 개혁과제 자체가 난마처럼 얽혀
있고 그러다보니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고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혁"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고 대통령의 임기를
의식해 그동안의 미해결 과제를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나서 오히려 혼란만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행의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벌이는"
것보다는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