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표된 록히드마틴과 노드롭그루먼의 합병은 미국 방산업계에서
90년이후 지속돼온 "합종연횡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또 미국 방산업계에서 독점구조가 확립돼 국제적으로 무기 거래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룩히드마틴과 노드롭그루먼을 합병함으로써 미국 방산업계에서는 대형
군용기 제조회사가 단 2개사만 남았다.

이번에 노드롭그루먼을 흡수합병한 록히드마틴과 맥도널더글라스를 흡수한
보잉이 미국 군용기 시장을 놓고 대결을 벌일 양대 방산업체가 됐다.

미국에서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군용기 제조업체의 통폐합이 이뤄져
20개 이상이었던 업체수가 80년대엔 5개정도로 정리되는등 과점체제가
굳어지는 듯했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포기함으로써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군수산업체들은 다시 생존을 위한
M&A(기업합병인수)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93년에는 미국 국방부가 방위산업체를 향해 통폐합을 하지 않으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등 산업구조 조정을 부추겼다.

냉전시대 마감 이후 방위비 예산이 격감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M&A가 제시된 셈이다.

그동안의 방산업계 통폐합 양상을 지켜봤던 관측통들은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양대 업체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식으로 90년이후의 이른바
"방산업계 대청소"가 끝난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냉전시대로 돌아가거나 큰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쌍점체제가 장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미국내 무기거래를 거의 독점하는 것은 물론 세계
무기거래액의 절반정도를 차지할 만큼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매머드급 업체로 커진 록히드마틴과 보잉등 2개 회사가 세계 무기
시장을 주도하게 됨에 따라 선택의 폭이 좁아진 무기 구입국들로서는 가격
흥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과 중동지역이 주요한 무기 수입처인 점을 감안할때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독점체제는 이들 수요국의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미국 국방부가 이런 독점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케네스 베이컨 미국방부 대변인은 노드롭 마틴의 합병건이 발표되자
"앞으로 몇달간 이번 합병건으로 방산업체들의 경쟁 상황과 제품판매가격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정밀하게 점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렌스 코브 연구원같은 전문가들은 "판매시장 독점으로
국방부의 무기구입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힐 정도다.

보잉사의 경우 맥도널더글라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민간 항공기 부문에서는
미국의 독점업체가 되어 공정거래법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방산업계에서는 그러나 냉전 종식후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M&A를
통한 생존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실정이다.

미국내 무기제조업체의 공장가동률은 40%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영기업형태가 많은 유럽 방산업체의 가동률은 30%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산업계의 이같은 환경악화에 비춰 볼때 미국에서 절정에 이른 통폐합
바람에 자극받아 프랑스같은 유럽에서 방위산업 통폐합 또는 민영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냉전 종식에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방산업계의 통폐합 태풍이 미국의
업계구도를 완전히 재편시켜놓고 앞으로 유럽대륙에서 세력을 키울 태세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