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변호사는 이혼소송의 베테랑이었다.

그는 뜸을 들이고나서 김치수 회장에게 말한다.

"상대방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는데요. 이번에 따님께서 남미와 남태평양
여행을 했어요.

이혼을 하기 전에 다른 남자와 여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와 증인도
있답니다.

문제는 위자료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이혼소송은 결국 위자료 때문입니다"

"그 녀석은 살인을 하려고 했어. 우리 아이는 두달이나 입원을 해야
되는 중상이야.

이런 점은 어떻게 되는가? 그 녀석은 너무 야비해.

이런 일이 있기 전에 이혼을 시켰어야 했는데. 외모는 빤드름하게 생겨
갖고. 이봐, 조루증도 이혼의 사유가 된다며?"

"네 됩니다. 따님께서 소문은 굉장한데, 두번째 결혼때는 왜 동침도
안 해보고 결혼을 했답니까? 허허허허"

역시 임변호사도 농담조로 그걸 묻는다.

"사실 우리 애는 춤추는 것만 좋아하지 남자를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구.
그게 오히려 불행의 원인이 된 것 같아.

스웨덴 아이들처럼 미리 살아보고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 더 이상적인
것 같으이.

임변호사, 윤서방이 일초짜리 중증의 조루증 환자이긴 해도 미스 리라는
여사원에게 임신은 시켰어요.

조루증도 임신이 되는 모양이더군. 갈수록 알아야 될게 많은 사건이야"

그는 진정 윤효상에게 단단히 복수를 할 결심이다.

김치수 회장은 그렇게 큼직한 보물대감을 갖고도 일초도 못 가는
조루증이라는 것은 참으로 고약한 신의 조화라고 장탄식을 한다.

그러나 그는 조루증 환자인 남편과 이혼하고 요정을 하는 백복실이라는
마담을 알고 있다.

속궁합이 맞아야 된다는 옛말은 그를 새삼 개탄시킨다.

평범한 우리의 속담속에는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명언이 많다.

특히 남녀간의 속궁합에 대해서.

"제가 잘 알아서 김회장님 의중대로 승소해 드릴테니 걱정마십시오"

"어제 말한대로 우리 아이가 저렇게 얻어터진 것이 분해서 그랴.

어디다가 함부로 손을 대는가? 그 놈은 아마도 나를 때려눕히고
싶었는가봐.

그놈의 머리 돌아가는건 내가 잘 알지. 알고 말고.

아무튼 자네가 내 의견을 잘 반영해서 사건을 소리없이 매듭지어주게.

사실 몸뚱어리하나 가지고 들어온 놈이 우리 아이에게 그렇게 나쁘게
할 수가 있는가?

더구나 자기는 조루증이라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잖나?"

그는 깊은 신음을 내뱉으며 전화를 끊는다.

보통때는 옆에 가기도 어렵게 지존하신 김치수 회장이지만 면담을 해보면
그토록 소박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의 외동딸 김영신은 정말 박복한 여자 같다.

아예 남자복이 없는 여자라고 할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