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자백이 철야 조사로 잠을 충분히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 (주심 김형선 대법관)는 6일 전조흥은행 지점장
문학서씨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수재등 사건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금품 제공자의 검찰조사 내용과 원심에서의 진술,
압수된 경비장부에 기재된 금융거래 내역 등 나머지 증거로 판단해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면서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일선 수사기관이 다른 증거를 근거로 피의자의 자백을
끌어내려 강압이나 "잠 안재우기"등 가혹행위를 가한 경우 그같은 자백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수 없다는 재판부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향후 수사관행도 무리하게 자백을 얻기 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질 것으로 보인다 .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자백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임의적
진술이라기 보다는 30여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은 채 교대신문하면서
회유에 의해 이뤄진것으로 의심이 간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309조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3차례 신문도중 수사검사가 이례적으로 교체된 점
<>1차신문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2,3차에서 갑자기 진술을 번복한 점
<>신문도중 "마음이 괴로워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다"고 심경을 밝힌 점등
당시 정황으로 미뤄볼 때피의자가 임의로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형소법 309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한다"고 규정돼있다.

문씨는 조흥은행 부산 연산동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91년 10월부터
92년 4월까지 신진금속 대표 공진기씨에게 "19억원상당의 형강(H빔)을
수입하는데 필요한 은행지급보증 방식의 수입신용장을 빨리 개설해 달라"
라는 부탁과 함께 세차례에 걸쳐 5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