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넘치는 사색/해학의 멋..소설 '여우사냥'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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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작가 두 사람의 소설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최인호(52)씨의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청아출판사)과 윤후명
(51)씨의 "여우사냥" (문학과지성사).
이들은 감칠맛 나는 문체와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석권한 한국문단의 대표적 인기작가.
가벼운 글쓰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깊이있는 사색과 해학적인 어법,
시적 상상력의 넓이를 보여주는 작품집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은 최인호씨의 등단 30년을 중간결산하는
자선집.
초기 단편 "술꾼"부터 미발표 근작 "산문"까지 문학적 변모를 엿보게
하는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
희곡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도 신작.
그의 문장은 경쾌하고 날렵하지만, 동시에 진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모든 것을 가볍고 모호하게 그리는 것이
유행인 90년대 중후반에 그의 익살과 해학은 더욱 밀도있게 다가온다.
황진이의 사랑을 피리와 가야금의 절묘한 대비, 소리와 빛깔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황진이" 연작이나, 젊은 스님이 한 여인의 부탁을
받아 유산된 아이의 천도재를 지내주는 "산문"에서는 세속도시에서 산사의
숲으로 향하는 작가의 발걸음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폭우로 계곡의 다리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다음날 늦게서야 절에 도착해
천도재를 지내고 도시로 돌아가는 여인에게 스님이 숲에서 딴 버섯을 주는
장면은 최인호 화법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목.
말로써는 열리지 않는 산문을 맑은 얼굴과 이슬 젖은 버섯으로 시원하게
열어제치는 "파격"이 들어있다.
최근 "사랑의 기쁨"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그는
"하루하루가 낭랑 18세 같은 느낌"이라며 "문학청년의 열정으로 단편도
쓰고 희곡도 열심히 발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후명씨의 "여우사냥"에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일궈 온 그의 "마음의 행로"가 회화적인 이미지로 채색돼 있다.
6편의 중.단편을 통해 그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적 울림으로 가는
계단을 찾아내는"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소설속의 화자는 늘 여행중이고,길 위에서 여성을 만나거나 추억속의
여성을 불러낸다.
표제작 "여우사냥"은 조계사 앞길 모퉁이를 지나다가 러시아 문자를
발견한 "나"가 모스크바의 푸슈킨기념미술관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호숫가, 옛 친구와의 재회등 기억속에 갈무리된 풍경들을 하나 둘
떠올리는 것으로 전개된다.
"아으 다롱디리"에는 부여와 독도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와 기억속의
여자가 등장하고, "별들의 냄새"에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프랑스에 들른 "나"와 통역겸 길안내를 맡은 여성의 기묘한 만남이
나온다.
주인공들은 현실의 길에 서 있으면서도 추억의 미로를 따라 내면세계로
가는 자아여행을 떠난다.
루소의 그림과 식물학적 상상력이 중첩된 그의 여로는 마침내 현실과
이상의 접점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항상 나를 찾아서 떠났을 뿐"이라며 "내가
얻고자 한 것은 지금 바로 이곳에 있는 "세상의 향기"였다"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
최인호(52)씨의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청아출판사)과 윤후명
(51)씨의 "여우사냥" (문학과지성사).
이들은 감칠맛 나는 문체와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석권한 한국문단의 대표적 인기작가.
가벼운 글쓰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깊이있는 사색과 해학적인 어법,
시적 상상력의 넓이를 보여주는 작품집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은 최인호씨의 등단 30년을 중간결산하는
자선집.
초기 단편 "술꾼"부터 미발표 근작 "산문"까지 문학적 변모를 엿보게
하는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
희곡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도 신작.
그의 문장은 경쾌하고 날렵하지만, 동시에 진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모든 것을 가볍고 모호하게 그리는 것이
유행인 90년대 중후반에 그의 익살과 해학은 더욱 밀도있게 다가온다.
황진이의 사랑을 피리와 가야금의 절묘한 대비, 소리와 빛깔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황진이" 연작이나, 젊은 스님이 한 여인의 부탁을
받아 유산된 아이의 천도재를 지내주는 "산문"에서는 세속도시에서 산사의
숲으로 향하는 작가의 발걸음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폭우로 계곡의 다리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다음날 늦게서야 절에 도착해
천도재를 지내고 도시로 돌아가는 여인에게 스님이 숲에서 딴 버섯을 주는
장면은 최인호 화법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목.
말로써는 열리지 않는 산문을 맑은 얼굴과 이슬 젖은 버섯으로 시원하게
열어제치는 "파격"이 들어있다.
최근 "사랑의 기쁨"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그는
"하루하루가 낭랑 18세 같은 느낌"이라며 "문학청년의 열정으로 단편도
쓰고 희곡도 열심히 발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후명씨의 "여우사냥"에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일궈 온 그의 "마음의 행로"가 회화적인 이미지로 채색돼 있다.
6편의 중.단편을 통해 그는 "사소한 일상에서 시적 울림으로 가는
계단을 찾아내는"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소설속의 화자는 늘 여행중이고,길 위에서 여성을 만나거나 추억속의
여성을 불러낸다.
표제작 "여우사냥"은 조계사 앞길 모퉁이를 지나다가 러시아 문자를
발견한 "나"가 모스크바의 푸슈킨기념미술관과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호숫가, 옛 친구와의 재회등 기억속에 갈무리된 풍경들을 하나 둘
떠올리는 것으로 전개된다.
"아으 다롱디리"에는 부여와 독도 여행길에서 만난 여자와 기억속의
여자가 등장하고, "별들의 냄새"에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프랑스에 들른 "나"와 통역겸 길안내를 맡은 여성의 기묘한 만남이
나온다.
주인공들은 현실의 길에 서 있으면서도 추억의 미로를 따라 내면세계로
가는 자아여행을 떠난다.
루소의 그림과 식물학적 상상력이 중첩된 그의 여로는 마침내 현실과
이상의 접점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는 항상 나를 찾아서 떠났을 뿐"이라며 "내가
얻고자 한 것은 지금 바로 이곳에 있는 "세상의 향기"였다"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