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화폭락으로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태국, 주권반환으로 장래가
불투명해진 홍콩, 경상수지적자에 허덕이는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폴 크루그먼 미 MIT대교수는 2년여전 아시아경제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 고성장시대를 마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루디 돈부시 MIT대교수는 비즈니스위크지 최신호(14일자)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크루그먼교수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위기를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적
시련"으로 보고 조만간 고성장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낙관했다.

돈부시교수의 기고문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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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한국 홍콩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경상수지적자
확대로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아시아경제를 대표해온 싱가포르 역시 올들어 경상수지흑자폭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크루그먼교수가 일찍이 경고한 바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아시아경제가 생산성향상이 아닌 자본이란 요소축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인은 생활수준향상을 위해 소비지출을 늘릴 것이고 이는 저축감소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식의 요소고갈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크루그먼교수의 시각은 너무 비관적이었다.

아시아경제성장을 이끄는 요인으로 자본축적에 지나친 비중을 둔 결과
생산성향상을 과소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생산성
향상요인이 자본축적 요인보다 갈수록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년간 생산성증가율이 이전의 10년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성장모델이 낙관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신흥고성장국가인 말레이시아 중국 베트남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지난
79년부터 88년까지 6.7%에서 89년부터 96년까지 8%로 상승했다.

이들 경제의 역동성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성장패턴의 변화는 서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생활수준이 지난 20년간 2배이상 성장했듯 향후 20년간에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호랑이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79년부터 88년까지
8%에서 89년부터 96년까지 6.9%로 떨어졌다.

특히 한국과 태국은 정책의 일관성결여, 경상수지적자확대, 증시 및
부동산시장침체, 은행부실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호랑이국가들은 중앙집중식 관리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진행중이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 일부유럽국가들도 규제완화와 자유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양상의 혼란을 경험했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가 안착되면서 생산성향상을 가속화시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아시아국가들이 당면한 시련은 안정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중대한
결함이라기보다 "과도기적 고통"으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아시아국가들이 일단 시련을 딛고 일어서면 다시 고도성장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정리=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