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일상생활 중에 항상 화폐를 사용하거나 소지하고 다니면서도
이 화폐에서 도안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화폐도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자신의 지갑속에 들어있는
돈에 얼마나 심오한 사회철학과 역사가 담겨있는지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화폐에서의 도안은 화폐에 그려지는 인물 건출물 풍경 등의 소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하게 제한된 면적위에 각종 문양 색상 크기등을 밀도있게 선택, 표현
하는 작업(행위)와 그 작업의 결과로 나타난 돈의 모양을 포괄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화폐도안은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예술적 측면이 종합적
으로 함축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돈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먼저 기능적 측면에서 볼때 화폐도안은 국민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화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며 이에 쓰여진 소재및 색상 등에 의해
액면간 구분 또는 위조화폐의 식별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측면에서 화폐도안으로 채택된 인물 등의 소재가 그 나라의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소재의 선정및 표현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예술적 측면에 있어 화폐도안은 한정된 공간속에 시각적 조형미와
예술적 독창성, 미적 감각 등을 밀도있게 표현해야 한다.

화폐도안이 갖는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각국의 중앙은행과 조폐기관은
새로운 화폐를 만들때 가장 많은 시간을 여기에 퍼붓는다.

그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화폐도안의 결정과정이다.

따라서 각국의 중앙은행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수 있는 최상의 도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계 각층의 여론수렴은 물론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도안소재를 결정하게 된다.

조폐기관은 이렇게 결정된 도안소재를 기능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감안,
화폐에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도안의 구상에서
최종 인쇄 준비시까지 약 1년6개월정도가 소요되는데 이중 도안의 구체화
단계인 디자인및 조각 작업에 소요되는 기간만도 9개월이상이나 걸리는
방대한 작업이다.

여운선 <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