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 초등학생들의 미술시간.몇몇 학생이 마치 공식처럼 스케치북을
채워나간다.

직삼각형 지붕모양의 공장과 높은 굴뚝,그리고 그 굴뚝에서 뿜어내는
검은연기-바로 그 시대에 우리 교육현장에서 유행했던 화풍(?)이 아닌가
싶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 요즈음 몇몇 기업체가 기업홍보를 겸하여
주관하는 어린이 환경미술대회에서 푸른 산, 맑은 물, 푸른 하늘이 주요
소재가 되고 있고 공장은 매연과 폐수를 뿜어내는 괴물형상으로나 그려지고
있어 시대변천에 따라 어린이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화풍의 변화에 한가롭게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을 수만 없는 것은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무분별한 개발논리를 앞세워 환경파괴를 자행했고
이로인해 이들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호흡하고 마실수 있는 공기와 물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 탓이리라.

얼마전 서울지역 대기오염의 80%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 기인한다고
하는 보도를 접하면서 수도권 전철이 대기오염 측면에서 그나마 부담을
덜어줄수 있음에 안도감이 없지 않다.

이는 단위 수송량(인원)당 철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차종별로 공로에
비해 10분의1내지 20분의1에 불과하고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여객및
화물수송때 10~30배이상의 고효율을 보임으로써 철도는 소위 "환경친화적
교통수단"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5일 "세계환경의 날"에 채택된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
선언문"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하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바탕으로 한 "환경정의의 실현"과 "산업기술에서의 환경친화성
증진"이 시대적 과제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늦은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기성세대의 반성과 함께 교통공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철도의 수송력증강과 이용증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러한 결과로 깨끗한 환경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그림에는
푸른 들판을 쾌속질주하는 저공해 열차모습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