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소회의실.

소비자 단체들의 지하철 파업에 대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당사자로 참여한 지하철 노사관계자는 연신 진땀을 닦기에
바빴다.

더운 여름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지하철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소비단체 대표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는 말이 간담회지 사실 "소비자를 더이상 우습게 보지 말라"는
공개 경고장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소비자단체 대표는 "더이상 바보처럼 참지만 않겠다.

이번에 파업하면 소비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단체들은 지하철 노사나 서울시 어느쪽을 가릴 것
없이 도마위에 올렸다.

특히 이들은 노조에 대해 파업만능주의를 버리라고 요구했다.

해고자복직이나 회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취하 여부는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것을 이유로 파업을 강행한다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공사나 서울시에 대해서도 항의가 빗발쳤다.

툭하면 서는 기차나 하루 걸러 불이 나는 전철역을 방치하면서 슬그머니
50원이나 지하철 요금을 올리더니 이제는 아예 모든 기차가 서버리도록
내버려두려 하느냐는 것.

지하철 노사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입장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시민의 소유인 지하철을 잘 운영해달라고 맡겨놨더니 이제는
기차를 세우니 마느니 협박이나 한다"는 소비자단체들의 질타에 말꼬리를
흐려버렸다.

이날 간담회는 정광모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회장이 "파업은 절대 안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서로 양보해 합의하라"는 주문과 함께 노사관계자의 등을
협상장으로 떠밀며 끝났다.

소비자들의 성난 음성이 협상장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간담회 시작 10분만에 선약을 이유로 슬그머니 사라진 서울시 교통기획관의
태도를 보면 불안감은 높아간다.

지하철 노사나 서울시는 시민을 무시했을 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조주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