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홍콩의 주권반환과 함께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중국이 한때 잃어버렸던 몸뚱아리 한부분을 되찾은 것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용틀임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선진국들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지 오래다.

중국이 경제대국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의 잠재력 및 경제성장에 대한 패턴분석과 향후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권위있는 싱크탱크인 경제전략연구소(ESI, 워싱턴소재)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소장이야말로 이런 분석의 대표적 간판스타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발전과정을 비교분석, 중국의 장래를 꿰고 있는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미국의 대응책 제시도 잊지 않고 있다.

''글로벌 뷰포인트''에 기고한 그의 글을 싣는다.

< 정리 = 김홍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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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경시내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때의 일이다.

한 중국인 친구가 21세기 중국의 장래를 논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술회를 하는 것을 들었다.

"1백50년간의 불행했던 시대가 물러가고 옛 영광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

7월1일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됨으로써 이 친구가 내뱉은 역사적이고도
정치적인 메시지는 전세계에 강렬하게 전파됐다.

하지만 그의 말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석해 보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20세기말의 시각에서 특히 나같은 서구인들은 전세계 역사상 중국의
경제가 가장 규모가 컸고 가장 발달됐다는 점을 간혹 간과한다.

이제 중국경제가 다시 한번 그렇게 옛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중국의 경제발전이 어떤 결과를 낳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잠재력을 평가하려면 무엇보다 일본의 경제성장과정과
비교해야 한다.

언뜻보더라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메이지유신과 2차세계대전이후 일본이 서구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모든
국민적 에너지를 정부주도하의 경제성장에 쏟았듯이 중국도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등소평의 가르침하에 국가의 모든 정책과 역량을
경제성장에 집중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방식은 정책적으로 소비를 절제시켜 저축률을 높히고,
시장기능에 간여하고, 핵심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강력한
대기업들을 키워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게 하고, 산업별노동조합의
설립을 막아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기술이전을 외국기업들의 일본진출 전제
조건으로 하고, 경기하락시에도 미친듯이 수출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일본은 매년 무역흑자가 쌓이는 고성장을 이루게됐다.

막대한 일본의 무역흑자로 섬유전자 철강 자동차 등과 같은 서구국가들의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중국은 일본의 경제성장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듯하다.

여러가지 점에서 비슷하다.

정책적으로 저축률을 높히고, 대기업을 양산하는 주요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제하고, 외국기업들에게 기술이전해줄 것을
고집하고, 원화의 가치를 낮추고, 국내 시장에 보호막을 치고, 미국에 대해
매년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수출량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모델은 몇가지 점에서 일본과 차이점이있다.

전세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보다 더 복잡하고 점진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이 자국내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강력히 제한했지만
중국은 이와 달리 외국인투자를 적극 환영했다.

이는 중국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시장의 상당부분을 점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되고 중국의 경제성장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이런 기회를 외국기업들에게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일본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거의 없다.

또 다른 차이점은 중국의 시장규모가 일본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화돼
있으며 덜 중앙집권적이라는 것이다.

"하늘은 넓디 넓고 황제는 멀다"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통하지만
균일적으로 표준화되고 있고 빈틈없이 꽉 짜여진 사회인 일본에서는 먹히지
않는 말이다.

북경에서 맺은 사업계약을 놓고 광주에서 전혀 새롭게 다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외국기업인들에게 축복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개방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세번째 차이점은 중국이 일본에 비해 강도 높게 국제적인 압력을 받아
보호주의를 철폐하고 경제발전초기에 대외개방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50년대와 60년대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반대와 일본의 높은 무역
장벽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로
끌어들였다.

일본을 냉전시대의 동맹국으로 삼을 필요도 있었지만 미국의 지도자들이
일본경제의 잠재력을 하찮게 여긴데다 순진해서였다.

반면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경제의 잠재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미국이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마지막 차이는 비록 미국이 중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과거 일본의 경우처럼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들이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으로터 수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예전에 한국 대만
홍콩으로부터 들여오던 것들이었다.

수입국만 달리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의 질이 개선될수록 사정이 변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중국산제품의 수입에 따른 영향이 별로 크진 않다.

중국이 일본에 비해 덜 위협적이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다른 까다로운 요소들도 있다.

미비한 법 및 제도로 중국에서는 모든 게 정치적인 유착관계속에서
이뤄진다.

이것은 곧 부패를 부르게 마련이다.

국제적인 뇌물공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미국에게 부정부패란 다루기
힘든 문제임에 틀림없다.

뇌물문제는 중국과 미국사이에 서로를 지치게 하는 장기간의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

중국이 세계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과거 일본의
경우와는 다른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의 군사적인 갈등은 경제부문에 곧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개방은 돼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진 않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불완전해 외국기업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정부의 인질노릇과 심지어 중국정부의 변호자노릇까지 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전직 공무원들과 돈으로 매수한 변호사를 이용,
미정부에 로비활동을 펼쳤던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주 강력한
대미 로비세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미국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이나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미국의 주요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에서 쓸데없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미국경제부문에 해를 끼치지 않는한 미국도 중국의 경제
부문에 간섭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폭넓은 상호존중이야말로 2차대전후 지금까지 세계무역시스템이 그런대로
발전해 온 토대다.

중국과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 약력 ]]

<>와튼스쿨 MBA
<>미국 레이건 행정부 상무차관보 및 상무차관서리겸 상무장관 자문 역임
(81~86년)
<>현 클린턴 대통령 직속 태평양지역 무역 및 투자위원회 부위원장
<>현 경제전략연구소(ESI) 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