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한국기업연합회.

공노명 전주일대사가 제안해 93년 11월에 발족된 일본진출 한국기업인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간사이지방본부를 만들면서 1백개사를 흡수, 4백55개 회원사를
가진 큰 단체로 탈바꿈했다.

업계간 친선도모 차원을 넘어 한국업체들의 현지진출을 지원하는 창구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지 한국기업인들의 명실상부한 구심체가 되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에 있는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와 같은 힘있는 단체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김정 한화재팬 대표겸 한화그룹
아시아본부장이다.

그는 지난 2월26일 처음으로 임기 2년의 회장에 취임했다.

조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고 햇수로는 22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연구소(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대학(서강대 성균관대 강사, 일본
방위대 객원교수)을 거쳐 86년부터는 기업(한화재팬 대표)에 몸담고 있다.

사통팔달의 일본전문가로 꼽히고 있는 김회장을 김경식 주일특파원이
만나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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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김경식 도쿄특파원 ]

-한.일 경협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데...

"한국기업이 일본시장을 진출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업종별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요.

업종별로 구성된 14개 분과위원회가 모임을 갖고 문제점을 분석, 대책을
마련중입니다.

며칠전에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경제협의회에서도 분과위원회별로
발표를 했는데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종합하면 훌륭한 책이 한권 나올 것 같습니다"

-한.일경협백서는 언제쯤 어떤 형태로 선보이게 됩니까.

"올해말께 나오게 될 것입니다.

무역 건설 금융 증권 등 17개 분야로 나눠 핸드북형태로 낼 계획입니다.

업종별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짚어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도 물론 언급할 계획입니다.

애로사항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건의도 할 방침입니다.

대사관 일본정부 게이단렌 등에 협조도 요청해야겠지요"

-법적으로는 무역장벽이 많지 않지만 실제 상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볼
때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다고 합디다.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그런게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런 관행들이 있어온거지요.

애로사항이라고도 합니다만....

그러나 일본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오랜 불경기를 겪으면서 상관행도 따라서 변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품의 수입비중은 10년전까지만 해도 10%에도 못미쳤지요.

그러나 지금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석유화학제품의 가격결정 방식이 국제가에 근접시키는 쪽으로 바뀐
것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지요.

"가스오일의 경우 수요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업계가 채택하고
있습니다.

상관습이 깨진 사례의 하나지요.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일본에서도 가능성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관습때문에 우리가 못들어간다고 포기해버리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식 상관행을 깨뜨릴 수는 없는지요.

"화끈하게 깨뜨려버릴 수가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지요.

건설같은 경우는 아주 어렵습니다.

하청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하고 같이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공부해서 이겨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연구해서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좋은 제품 만들고 상거래를 잘 공부해 들어가면 일본시장도 우리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될 수 있겠지요.

사는 사람보다는 파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과제지요"

-일본에서 실제로 사업을 해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일본에서는 생산 공장과 영업부서간 손발이 아주 잘 맞습니다.

서로간 협조를 통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지요.

우리의 경우는 영업쪽에서 이런저런걸 해달라고 하더라도 잘 시행이
안됩니다.

장사를 잘 하려면 상사와 주재원들이 우선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열심히 한다고 모든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일본의 한국투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대일무역적자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우리가 후발이기 때문에 산업설비 자본재를 일본서 들여와야
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강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역조를 보이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가져온 자본재 등을 바탕으로 물건을
만들어 외국에다 팔아 흑자를 낸 적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대부분 선진국과의 교역에서 역조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자본재를 갖고 가서 수출하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자체의 경쟁력 열세가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달 임금이 한사람당 1백달러에 불과합니다.

그런대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쟁력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엔화가치가 올들어서도 심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품목들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환율에 비해 덜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이 환율로 별 재미를 못보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요.

물론 가격이 맞질 않아 수출을 못했을 경우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3국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쟁력을 살리자니 별 뾰족한 수가 없는게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 답답합니다.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는 있습니다만....

우리국민은 화끈하지 않습니까.

일본프로야구팀 주니치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동렬을 예로 들고 싶군요.

좀 한다고 연습도 않고 게임에 나갔다가 혼줄이 나더니만 요새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계기만 있으면 크게 뜰 수 있는 저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임금 비싸지 금리 비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게이단렌 등 일본단체들과의 유대관계는 어떻습니까.

"정기적으로는 1년에 한두번 정도 만납니다.

하룻밤자면서 세미나를 엽닌다.

망년회도 갖습니다.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게 일본이지요.

꾸준히 쌓아나가면 결국 성과가 나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국현지기업들이 교포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취업설명회를
개최했는데요.

"대학생 취업이 사회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교포자녀들도 마찬가지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한국기업들도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현지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걱정도 했습니다.

대규모로 했다가 제대로 안되면 어쩔까 고민했었지요.

그런데 3백여명이 몰려왔습니다.

무역협회에서 취업알선센터를 만들어 이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있습니다.

계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현지 기업들이 주재원 중심의 인력구조를 현지인 위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만...

"급여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만 주택 등 수당에서는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현지인 중심으로 가야지요.

일본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일본인을 통하는게 나으니까요.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일본인을 뽑을래야 뽑을 수도 없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닛케이취업잡지에다 모집광고를 냈더니 4백명정도나
몰려들었습니다.

이 가운데 6명을 뽑았지요.

남자 5명은 전부 한국말을 합니다"

-한화그룹의 아시아 본부장으로 현지시장 개척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만 일본 시장상황을 실제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일본시장이 요즘 너무 죽어있습니다.

그 전에는 꽤 재미를 봤지요.

여하튼 일본은 시장의 일부분을 수입품으로 충당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베어링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일본 자동차업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고객들을 찾아다니면서 세일을 하는 것외에 뾰족한 방법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