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사장>

수동식 분무기를 생산하는 산수의 성공 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지난 80년대말 격심한 노사분규와 고임금에 따른 적자누적으로 일본인
경영자가 자본을 철수시키자 근로자들이 힘을 합해 회사를 재건한 것.

이 회사는 뼈를 깎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으로 이젠 일본에 있는 모기업의
시장까지 빼앗는 수출기업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산수는 다국적기업인 일본의 캐년(Canyon)사가 지난 72년 마산수출자유
지역에 전액 투자해 설립한 한국캐년이 모태다.

이 회사는 수동식 분무기를 만들어 전량 수출해왔다.

그러던중 지난 89년 전국의 사업장을 휩쓴 노사분규와 고임금의 여파로
회사경영이 흔들리자 일본인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철수한다.

이때 한국캐년의 종업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회사 정상화에
착수했다.

종업원들은 한국캐년에서 18년간 근무해온 당시 공장장이던 김정수씨를
대표이사로 선정하고 91년 2월말 경영권 인수인계 절차를 완료했다.

회사 이름도 산수로 바꿔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다.

산수가 일본인 자본철수라는 오명을 벗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양
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게 주요인이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일류의식 구조를 가진 자만이 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미래지향적인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에 최대 역점을
둬왔다.

전 사원에게 해외파견 및 현장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은 인간이 하며
회사경영에는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경영철학아래
세계최고를 향해 달렸다.

그 결과 지난 94년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이 주최한 "산업디자인
성공 사례전"에 출품한 공기압축식 스프레이가 굴지의 대기업 제품을
제치고 금상을 수상했다.

또 95년엔 KBS의 "현장에 산다"는 프로그램에 김정수 사장의 일본 이기기
스토리가 방영되기도 했다.

산수의 성공 요인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중 하나는 국제화다.

이 회사는 산수로 다시 태어나면서 눈을 해외로 돌렸다.

날로 급등하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첫 해외진출 목표는 중국.산수는 지난 93년9월부터 중국 강소성
태창시내에 1천여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각고의 노력끝에 지금은 중국내 판매로 1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동남아시장을 뚫기 위해 산수는 말레이시아에 제2의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또 호주의 플라스틱 병 생산업체인 플라스팍(PLASPAC)사의 기술과 자본을
국내에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인재개발과 국제화 전략으로 산수는 중견수출기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산수는 동남아와 중국 시장 등으로 3백만달러어치의 분무기를
수출했다.

올핸 5백만달러의 수출목표를 갖고 있다.

분무기를 생산해 수출하는 국내 회사로는 최대 규모이다.

특히 모체 기업인 일본 캐년사를 제치고 일본으로 분무기를 역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로 산수는 연간 2백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도 거둬 무역수지
개선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산수는 앞으로도 새로운 시장개척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일류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 동남아 호주 중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지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이들 지역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남도지사와 동행한 해외시장개척 활동을 통해 2백만달러의
주문을 따오기도 했다.

생산성 향상 차원에선 전공정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5년 3억5천만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자동기를
LG산전과 공동개발했으며 2차로 자체 전공정 자동 조립기에 2억원을
투자했다.

산수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란 신념으로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만족을
위해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는 이 회사는 금년엔 ISO9001 획득을 목표로
삼아 전사원이 품질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