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화 <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

이 책은 "국가이성"이라는 개념에 관한 4백여년에 걸친 사상의 변천사를
다룬 대작이다.

마이네케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살았던 근대독일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중 한 사람이다.

몇년전 이 책을 독파했을 때의 벅찬 감동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먼저 그 엄청난 양의 문헌을 다 섭렵하고 소화한 다음에 하나의 주제에
따라 일목요연하고 일관성있게 서술해 나간 저자의 뛰어난 능력은 정말
놀랍다.

우리말로 이렇게 완벽하게 쓰여진 사상사책을 보고 싶다.

그많은 양의 자료를 수집해서 읽기도 어려웠을 텐데 그것들을 정리하고
철저하게 분석.평가.비판하며 또한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솜씨와 혜안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더구나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을 물흐르는 듯한 문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솜씨는 또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저자는 참으로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고 있다.

그 풍부한 어휘로 문장 하나하나를 매우 정확하게 쓰고 있으며 또한
지극히 뛰어난 문체로 글을 쓰고 있다.

마치 거대한 서사시를 읽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굉장히 많으며,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문으로 꽉 차있다.

전체적으로 현실적.연사적.자연적인 것을 주어진 현실로 인정하면서
그것에 휩싸이지 않고 정신적.도덕적.윤리적인 것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저자는 눈물겹도록 처절하게 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균형이 있고 현실과 이상, 자연과 정신의 조화를 꾀한 중용적인 역사관의
전형이자 극치라 하겠다.

나는 마이네케의 역사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우수한 작품을 쓰려면 엄청난 양의 독서와 사색은 물론 풍부한
어휘에 바탕을 든 빼어난 문장솜씨도 필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어서 이 책이 번역되어 많은 우리 독자들이 읽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