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화 폭락으로 집약되는 태국의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세가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하나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환리스크)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환차손은 대부분 달러나 엔화 등 이른바 "기축통화"의 가치변동에
따른 것이었다.

바트화처럼 개발도상국 화폐이면서 고정환율로 묶여있던 통화가 폭락해
상처를 안겨 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던 일이다.(A증권 관계자)

게다가 바트화 폭락이 데킬라효과처럼 주변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예상밖의 일이다.

이런 예상밖의 일은 앞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당국과 해당금융기관들의 취약한 위기관리능력이다.

피해당사자로 지목된 기업들은 실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내가 아니고 경쟁회사가 거액의 평가손을 입었다"(B투신 고위관계자)고
발빼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증권감독원과 재정경제원도 "사실무근"을 되풀이하다 뒤늦게 실태파악에
나서 피해액이 "13억원"에 불과하다며 진화에만 급급했다.

마지막으로 설익은 국제화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번 피해의 화근은 증권 투신사가 국내주가하락에 따른 손실만회를 위해
금리가 3~5%에 불과한 엔화자금을 조달해 20%에 달하는 바트화표시 채권으로
벌충하겠다는 얕은 수에서 비롯됐다.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비용이 높다(대상금액의 2%)는 이유로 헷지를 하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이 소탐대실 초래했다.

한국의 "부동산신화"에 젖은 은행 종금은 태국에서도 부동산관련 대출과
채권투자에 집중, 투자금액을 떼일 위험에 처해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프로 가운데서도 프로가 누비는 무대다.

그런 곳에서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없는 주먹구구식 투자는 실패를
잉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트화 사태가 한국기업에 안겨준 최대교훈은 하루빨리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라는 것일 게다.

홍찬선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