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롯데호텔 대회의장에서 부산지역 대의원 8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자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경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문민정부의 개혁의지 계승을 부르짖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문민정부 창출의 기반인 부산지역에서의
표 향방에 따라 승부가 가름된다는 판단 때문인지 후보들마다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을 차기정부에서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일부 후보는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을 찬양했던
태도에서 탈피, 박전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며 "민주화 성지"로서의
부산의 역할을 평가하면서 "부산정서"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날 연설회에서 후보들은 김대통령과 부산지역 출신 중진들을 한껏 추켜
세우는 한편 "위대한 시민" 등으로 대의원들의 자부심을 고무시켜 득표력
제고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

이회창 고문은 "김대통령은 문민시대를 열고 개혁의 큰 물줄기를 열어놓은
최초의 지도자"라며 "김대통령과 이 시대의 업적은 우리 역사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

이고문은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있게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이 이 역할을 맡겠다고 다짐.

김덕룡 의원은 김대통령과 함께 한 30년 정치역정을 소개하며 연설을 시작,
"김대통령을 지키고 개혁 계승의 짐을 떠맡겠다고 당당하게 말한 사람은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문민 적자론을 강조.

이한동 고문은 "부산은 이나라 30년 군사통치를 마감하고 문민정부를 탄생
시킨 민주화의 고향"이라며 "김대통령 시대의 개막은 부산시민들이 최형우
서석재 신상우 박관용 김정수 의원같은 중진의원들을 정성스럽게 키워준
때문"이라고 평가.

이수성 고문은 "6.25 동란때 이곳으로 피난왔다가 당시 장택상 선생의
비서관으로 있던 김대통령의 도움으로 시민증을 구했던 인연이 있다"고
소개하며 김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부각.

<>.이수성 이회창 고문이 대선후 ''정치보복''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여 한때
연설회장이 썰렁해지기도.

이수성 고문은 합동연설회에서 "다음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잘못되면 피비린내 나는 보복과 새로운 분열이 시작될
우려가 있다"고 원색적인 용어를 구사해 파문을 예고.

이에대해 이회창 고문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계에 불이익을 제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화 투쟁을 이끈
이 나라 민주화 동지인데 누구를 구분하고 배척할 수 있느냐"고 반문.


<>.대구 경북지역 합동연설에서 부각됐던 "박정희 예찬론"은 이날 연설회
에서는 퇴조.

김덕룡 의원은 "박정희시대의 탄압과 고문의 고통을 벌써 잊었단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찬종 고문은 "박전대통령의 리더십을 본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의 독재자적 통치방식까지 물려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비판.

일부 후보들은 부산지역 경제현안을 집중 거론하며 지역개발 공약을
쏟아냈다.

이인제 지사는 부산태화쇼핑 부도사태를 예로 들며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부산경제를 살려내고 21세기 부산을 초일류 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수성 고문도 "김정태 태화쇼핑 회장의 자살은 부산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가를 반영하고 있다"며 "부산을 국가경쟁력의 "대표선수"로
키우겠다"고 주장했다.

이한동 고문은 "2002년까지 부산을 동북아 국제물류의 중심과 국제관광도시
로 발전시키기 위한 "미항 부산 2002"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여기엔
부산권 관광특별진흥법을 제정하고 초량 등 특정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방안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