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기업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한 일련의 정책들이 잇달아 발표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책내용이 강경일변도인데다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재벌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경제여건으로 보아 기업의욕을 되살리고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지원해주는 조장시책이 필요하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갖가지
규제들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정책목표와 기본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한보사태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나 편중여신의
시정 등에 대한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재계가 제기하는 정책수단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신중한 검토와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과다차입 이자에 대한 손비불인, 결합재무제표작성
의무화, 지급보증해소 등에 대해 본란은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점을 제기한바
있다.

내달부터 시행키로한 개정 여신관리시행세칙의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부도가 은행부실로 이어져 동반파산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취지는 지극히 당연하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편중대출시정과 위험분산 등의 효과를 낼수 있다.

또 현대등 일부기업이 이미 계획을 확정 발표했듯이 비수익성자산의
매각등 기업의 재무구조개선노력을 채찍질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잘못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있다.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만 해도 기본적으로 은행과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금융자율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자금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규제혁파는 선전문구에 그치고 관치금융이나 정부만능의 사고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회장실 기조실 폐지등 기업조직까지 간여하려해 더욱 이러한 의심을
떨쳐버릴수 없다.

더구나 이번 그룹별 대출총액제한은 기존의 거액여신한도및 바스킷
여신한도 규제와 함께 실시되는 중복규제라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이나 기업의 수용태세
등도 감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영의욕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한도초과분을 정리하자면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자금운용도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이는 한창 진행중인 구조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뿐아니라 추가적인
부담만 늘어날 소지가 없지 않다.

기업들이 무리없이 적응할수 있는 점진적인 방법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