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기업 연구] '벤츠 미 앨라배마 공장'..품질 완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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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보다는 "된 사람"을 찾습니다.
독일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 벤츠사가 4년전 미국 앨라배마주 승용차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내건 사원모집 광고의 한 글귀다.
벤츠가 이같은 "인재기용 원칙"을 공표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살인적"으로 치닫고 있는 본국에서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소읍에 공장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인재난이라는 새로운 장벽과
맞부딪쳤던 것.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에 비해 인건비는 50%이상 낮춘 반면 "쓸만한
일손"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벤츠가 어떤 회사인가.
나사 하나의 조임새까지도 빈 틈이 없는 "품질 완벽주의"를 지상모토로
내걸고 있는 메이커.
그런 기준에 맞춰줄 종업원을, 그것도 1천5백명씩이나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구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의 고민이었다.
결국 회사측이 내린 결론은 "기술보다는 사람됨"에 맞춰 인재를 뽑자는
것이었다.
어정쩡한 기능 인력보다는 비록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
들을 골라 회사측 "입맛"에 맞게 키우는 쪽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벤츠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대졸이상"을 관행으로 해온 종업원 채용
기준을 과감히 버렸다.
"업종 불문, 공장 근무 유경험자로 고졸이상 환영"으로 대체했다.
이같은 구인 광고가 나가자 지원자가 쇄도했다.
1천5백명 모집에 무려 4만5천명이 지원했다.
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벤츠 앨라배마 공장측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처럼 많은 지원자들을 상대로 어떤 기준을 갖고 "사람됨"을 가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경영회의에서의 난상토론 끝에 도출한 선정 기준은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회사측 지시를 곧이 곧대로 따르는 인물"이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생각해 낸 시험 방법이 "정신병원식 진찰법".
응시자들에게 복잡한 실기시험을 내되 당락판정 기준은 시험 결과 자체가
아닌 "수험 태도"에 뒀다.
예컨대 타이어 교체능력 측정시험이 그랬다.
30명씩 1개조로 편성된 수험생들에겐 타이어 한개씩과 색색의 볼트가
주어졌다.
예정합격자는 각조별로 한명 뿐.
현장 실무경험이 있는 몇몇 수험생들은 뚝딱하는 사이에 교체를 끝마쳤다.
"이까짓 것 쯤이야"하는 식이었다.
유독 1명의 여자 수험생만은 다른 응시자들이 다들 손을 털고 수험장을
떠나버린 뒤에도 몇십분이나 더 땀을 흘리며 기름때와 씨름하고 있었다.
동네 병원의 간호 조무사로 있던 이 수험생은 "드라이버 하나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초보"였던 것.
별 수 없이 타이어교체 설명서를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면서 시험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벤츠쪽에서 낙점한 합격자는 "당연히" 이 수험생이었다.
"빠른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중요한 절차를 생략하면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드레아스
렌슐러 앨라배마 공장장이 밝힌 이유였다.
벤츠 앨라배마 공장이 이렇게 해서 뽑은 종업원들에게 요구하는 철칙이
있다.
"SMP(Standard Methods and Procedures=표준 방법 및 절차)"라는 것이다.
세세한 작업과정 하나 하나마다 지켜야 할 원칙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작업을 마친 뒤 해머나 렌치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까지 규정돼
있다.
그래야 다음 작업자가 공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것.
이같은 "독일식 고지식함"에 대해 미국 종업원들의 반발이 없을리 없다.
"독일 사람들은 한마디로 기분을 맞춰줄지 모른다.
작업 결과가 자기들 마음에 안든다 치면 곧바로 면전에서 재작업을
지시한다.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조립라인 팀리더 찰린
페이지).
이같은 "현지인"들의 불만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반론" 역시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미국 사람들은 단순한 기분파들이다.
듣기 좋은 말에만 귀를 기울이려 할 뿐 자기들이 한 일을 되돌아보려 들지
않는다"(렌슐러 공장장).
노사간의 이런 입씨름이야 어쨌건 벤츠 앨라배마 공장의 "독일식 경영"은
벌써부터 합격 판정을 받고 있다.
올 가을 대당 3만5천달러(약 3천45만원)의 고가에 발매키로 한 스포츠카가
채 대리점에 선보이기도 전에 미국 각지의 소비자들이 다투어 "구매 예약"을
하고 있는 것.
나사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는 "품질의 벤츠"전통이 "메이드 인 앨라배마"
에서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 이학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
독일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 벤츠사가 4년전 미국 앨라배마주 승용차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내건 사원모집 광고의 한 글귀다.
벤츠가 이같은 "인재기용 원칙"을 공표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살인적"으로 치닫고 있는 본국에서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소읍에 공장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인재난이라는 새로운 장벽과
맞부딪쳤던 것.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에 비해 인건비는 50%이상 낮춘 반면 "쓸만한
일손"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벤츠가 어떤 회사인가.
나사 하나의 조임새까지도 빈 틈이 없는 "품질 완벽주의"를 지상모토로
내걸고 있는 메이커.
그런 기준에 맞춰줄 종업원을, 그것도 1천5백명씩이나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구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의 고민이었다.
결국 회사측이 내린 결론은 "기술보다는 사람됨"에 맞춰 인재를 뽑자는
것이었다.
어정쩡한 기능 인력보다는 비록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
들을 골라 회사측 "입맛"에 맞게 키우는 쪽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벤츠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대졸이상"을 관행으로 해온 종업원 채용
기준을 과감히 버렸다.
"업종 불문, 공장 근무 유경험자로 고졸이상 환영"으로 대체했다.
이같은 구인 광고가 나가자 지원자가 쇄도했다.
1천5백명 모집에 무려 4만5천명이 지원했다.
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벤츠 앨라배마 공장측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처럼 많은 지원자들을 상대로 어떤 기준을 갖고 "사람됨"을 가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경영회의에서의 난상토론 끝에 도출한 선정 기준은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회사측 지시를 곧이 곧대로 따르는 인물"이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생각해 낸 시험 방법이 "정신병원식 진찰법".
응시자들에게 복잡한 실기시험을 내되 당락판정 기준은 시험 결과 자체가
아닌 "수험 태도"에 뒀다.
예컨대 타이어 교체능력 측정시험이 그랬다.
30명씩 1개조로 편성된 수험생들에겐 타이어 한개씩과 색색의 볼트가
주어졌다.
예정합격자는 각조별로 한명 뿐.
현장 실무경험이 있는 몇몇 수험생들은 뚝딱하는 사이에 교체를 끝마쳤다.
"이까짓 것 쯤이야"하는 식이었다.
유독 1명의 여자 수험생만은 다른 응시자들이 다들 손을 털고 수험장을
떠나버린 뒤에도 몇십분이나 더 땀을 흘리며 기름때와 씨름하고 있었다.
동네 병원의 간호 조무사로 있던 이 수험생은 "드라이버 하나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초보"였던 것.
별 수 없이 타이어교체 설명서를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면서 시험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벤츠쪽에서 낙점한 합격자는 "당연히" 이 수험생이었다.
"빠른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중요한 절차를 생략하면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드레아스
렌슐러 앨라배마 공장장이 밝힌 이유였다.
벤츠 앨라배마 공장이 이렇게 해서 뽑은 종업원들에게 요구하는 철칙이
있다.
"SMP(Standard Methods and Procedures=표준 방법 및 절차)"라는 것이다.
세세한 작업과정 하나 하나마다 지켜야 할 원칙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작업을 마친 뒤 해머나 렌치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까지 규정돼
있다.
그래야 다음 작업자가 공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것.
이같은 "독일식 고지식함"에 대해 미국 종업원들의 반발이 없을리 없다.
"독일 사람들은 한마디로 기분을 맞춰줄지 모른다.
작업 결과가 자기들 마음에 안든다 치면 곧바로 면전에서 재작업을
지시한다.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조립라인 팀리더 찰린
페이지).
이같은 "현지인"들의 불만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반론" 역시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미국 사람들은 단순한 기분파들이다.
듣기 좋은 말에만 귀를 기울이려 할 뿐 자기들이 한 일을 되돌아보려 들지
않는다"(렌슐러 공장장).
노사간의 이런 입씨름이야 어쨌건 벤츠 앨라배마 공장의 "독일식 경영"은
벌써부터 합격 판정을 받고 있다.
올 가을 대당 3만5천달러(약 3천45만원)의 고가에 발매키로 한 스포츠카가
채 대리점에 선보이기도 전에 미국 각지의 소비자들이 다투어 "구매 예약"을
하고 있는 것.
나사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는 "품질의 벤츠"전통이 "메이드 인 앨라배마"
에서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 이학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