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상호 한국IBM상무를 초청, ''기업생존을 위한 경영혁신 전략-지금이
적기다''란 주제의 조찬 세미나를 가졌다.

지난 5년간 한국IBM의 성공적인 경영혁신을 직접 주도한 이상무는 이날
세미나에서 "경영혁신의 관건은 경영자가 조직 전체에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직원들의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IBM의 경영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한 강연내용을 정리한다.

< 정리 = 차병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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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지난 50여년동안 컴퓨터만을 만들어온 회사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 칭송을 받았다.

실제로 미국의 포천지는 지난 81년부터 84년까지 4년간 미국에서 가장
선망받는 기업으로 IBM을 선정했다.

그러나 IBM은 이런 좋은 시절동안 누적된 관료주의와 보수주의 등으로
인해 80년대말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엔 세계 언론이 "컴퓨터제왕 IBM몰락"을 비웃었다.

80년대에 물건이 없어서 못팔던 회사가 92년도엔 50억달러의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93년 4월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경영혁신에 전격
착수했다.

한국IBM도 호흡을 같이해 이때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하게 됐다.

한국IBM의 경영혁신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됐다.

인력 및 조직구조혁신(리스트럭처링)-업무처리절차 혁신(리엔지니어링)-
사업구조 및 전략혁신(리포지셔닝) 등의 순서였다.

이는 경영혁신 이론상에서 업무처리절차를 간소화한후 구조개편을
추진토록 돼있는 것과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우리는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리엔지니어링 이전에 먼저 인력을 조정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1단계 리스트럭처링은 인원감축이 핵심이었다.

한국IBM은 지난 93년1월 첫 명예퇴직을 발표한후 94년까지 모두 3차례의
명퇴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1천5백명이던 직원수를 1천50명으로 줄였다.

전직원의 3분의1을 감축한 셈이다.

명퇴는 주로 행정지원 등 관리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2단계는 줄어든 인원으로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수 있도록
리엔지니어링을 단행했다.

우선순위에 따라 덜 중요한 업무를 없애고 업무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이는 인원감축 직후인 94년초부터 95년에 걸쳐 실시됐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선 사업구조와 전략을 혁신했다.

중요한 사업부문과 덜 중요한 부문을 재편했다.

덜 중요한 부문은 사내창업 등으로 분리해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따라 퇴직한 중역 등이 주로 투자해 모두 6개의 자회사가 생겼다.

또 회사의 사업구조를 컴퓨터판매에서 소프트웨어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작년 11월 개인용컴퓨터(PC) 부문을 떼내 LG와 합작회사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같은 경영혁신을 추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내부
직원들의 평가이다.

우선 고객이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으면 어떤 경영혁신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경영혁신 과정에선 끊임없이 고객의 반응을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수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조직원들의 내부평가와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경영혁신은 전직원의 동의를 얻어 민주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다소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강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경영혁신에선 필수적인
요소다.

여기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경영혁신도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체계속에서 추진된 한국IBM의 혁신사례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우선 다운사이징의 대표격인 명예퇴직이다.

한국은 노동법이나 정서상 명퇴가 쉽지 않다.

따라서 명퇴는 회사만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회사와 직원들 모두의 득이란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나 홍보가 중요하다.

또 명퇴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데도 소홀해선 안된다.

한국IBM은 퇴직사원들을 대상으로 사내창업 교실을 열었고 해드헌터 등을
통해 새로운 직장을 찾도록 도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으나 대부분의 인원이 자발적
으로 명퇴를 신청했고 무리없이 진행됐다.

한국IBM은 또 이동근무제(모빌 오피스제)를 시행했다.

업무 속성상 꼭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5백명을 대상으로 사무실의 지정석을 없앴다.

이들에겐 1백80석의 자리만 제공해 공동으로 사용토록 했다.

물론 집이나 영업현장 어디서건 근무할 수 있도록 노트북PC와 핸드폰 등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출퇴근에 불필요한 시간을 뺏기지 않고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IBM은 이동근무제를 통해 연간 22억원 정도의 경비를 절감했다고
평가한다.

이 제도의 성공의 관건은 관리자들이 직원을 신뢰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도장을 찍지 않아도 되는 사무실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중요하다.

새로운 능력급제도 도입했다.

한국IBM의 능력급제는 기존의 다른 회사 방식과는 다르다.

포인트는 과거의 실적이 아니라 현재 그 직원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능력평가는 근무연수 학력 경험 등을 기초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직원의 업무기여도 기술수준 등 현재의 시장가치를
중시했다.

또 능력평가에 따라 급여를 몇% 올려준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급여를 산정했다.

그 직원 정도의 능력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어느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급여가 한꺼번에 40%나 오른 사람도 나왔다.

이런 식의 능력급제는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동기부여를 했다고 본다.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도 한국IBM이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는 의료비 생명보험 휴가 등 각종 복리후생 항목을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총액 개념으로만 지급해 직원들이 스스로 각
항목을 차등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모든 직원들에게 100이란 만큼의 복리후생권을 주고 이중 의료비는
몇%, 생명보험은 몇%, 휴가는 몇%씩 각각 배합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복리후생비의 총액을 적게 늘리면서도 직원들의 만족도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밖에 회사의 현안 등에 대해 직원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최고경영자가 받아들일지 여부를 즉시 결정토록 하는
열린마당제도 등을 통해 회사의 경영혁신에 직원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경영혁신 결과 한국IBM은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지난 94년 4천8백억원이던 매출이 금년엔 1조원을 넘을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91년 1백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7백억원으로 늘었다.

그래서 한국IBM의 경영혁신 모델은 IBM본사로 부터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해나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