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에 투자할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국내제약업체의 효율적인
연구개발전략은 무엇일까.

열악한 신약개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의 투여방법을
개선하거나 부작용을 줄인 "개량신약"의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약물을 피부나 점막으로 흡수시켜 위장관장해를 줄인다든지, 체내
약물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지속시켜 약효를 높인다든지, 투여방법을
간편하게 하거나 복용횟수를 줄이는 방법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신약개발의 단기및 중기전략으로 개량신약개발에
힘을 쏟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개량신약개발은 새로운 신물질을 창제하는 순수신약개발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임상과정의 일부( I상, II상)가 면제되므로
빠른 시간(2~3년)안에 성과를 거둘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굴지의 전문의약품은 제조기술개량을 통해
생산수율을 높이고 복용방법과 부작용을 개선한다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시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수 있다.

물론 개량신약개발은 성공해도 그 열매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획기적 신약을 창조할수 있는 기술과 자금을 축적해
나갈수 있고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경쟁적인 신약개발 바람을 불러일으켜
일반인과 정부의 관심을 집중시킬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개발로 톡톡히 재미를 본 대표적 업체다.

지난 4월 한미약품은 스위스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전기술의 사용권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내년부터 10년간 총5백6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기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을 초미세입자의 유화상태로 만들어
체내에 쉽게 흡수시키는 것으로 노바티스가 독점하고 있는 면역억제제시장을
위협할수 있었다.

노바티스는 이때문에 입도선매식으로 이기술을 사들여 잠재적 위험에서
벗어나려 했던 것.

임성기 한미약품회장은 창업초기부터 매출액의 5%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전직원의 10%이상을 연구개발요원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해왔다.

의약정보의 중요성에 눈떠 최신자료를 신속히 입수해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신약개발 아이템의 최종선정에 관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개량신약개발의 열매가 대단찮다는 회의적인 입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신약개발여건이 전반적으로 미비한 한국 제약업계의 현실아래에서는
작은 것부터 이뤄가는 개량신약개발이 실사구시의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