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권영해 안기부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정보위에서는 황장엽
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전쟁발발론" 및 "황장엽리스트"의 진상에 대해
의원들의 추궁이 집중됐다.

야당의원들은 특히 황씨의 "전쟁발발론"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진술에
대한 신뢰도를 분석하기 위해 황씨의 국회출석을 요구했다.

또 황씨가 평양과 해외등지에서 만났다고 주장한 한국측 인사의 명단에
대해 안기부가 진위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국민회의 박상천의원은 "황씨가 말하는 "전쟁발발론"은 그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식량, 휴발유 등 에너지원에
대한 충분한 확보도 없고, 중국, 러시아의 개입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면전 감행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었다.

박의원은 특히 "황씨가 북한당국의 체제유지를 위한 선전과 북한의 "진짜
전략"을 혼동했거나 자신의 망명동기를 합리화하기위해 과장한 측면은
없느냐"고 따졌다.

박의원은 또 "황씨의 기자회견과 안기부발표는 "황장엽리스트"가 존재한다
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며 "김현철 이홍구 신한국당고문 김준엽 전고려대
총장 강원룡 목사 등이 황씨를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이들도 "황장엽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회의 천용택의원은 우리 정부가 북미간 독자접촉을 양해한 사실과
관련, "지난 6월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방문시 클린턴에게 김정일의 권력
승계후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해줄 것을 요청하고, 북미간 독자접촉을
양해했다는데 이것이 사실이냐"고 따졌다.

자민련 한영수 이정무의원도 "황장엽리스트"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인사중
정치권 인사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묻고 황씨가 밝힌 "전쟁발발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의원은 "황씨의 기자회견으로 인한 외국의 대한투자심리위축 및 경제
회생 정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난 실정"이라며 "국가보위를 수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은 북한의 전쟁위협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비책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또 "''황장엽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장기화하면서 연말 대선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권안기부장은 "안기부가 내사중인 친북인사의 명단은 개인권익과
보안상의 문제 등으로 밝힐수 없다"며 "그러나 ''황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으로는 결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부장은 또 황씨의 ''전쟁발발론''과 관련,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만한
구체적인 징후가 없다"며 "40년이상 북한 고위층에 있던 황씨가 북한
지도부의 전쟁의지와 실태를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부장은 또 "''북한이 5~6분만에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수 있다''는 황씨의
발언도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권부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에 대해 "확증은 없으나 1~3개의 핵무기를
제조할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핵무기
제조직전의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는 이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요구한 황씨의 국회출석
문제를 논의했으나 신한국당과 안기부가 보안상의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김태완.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