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단행된 필리핀당국의 페소화에 대한 사실상의 평가절하 조치 영향
으로 급락세를 보여온 태국의 바트, 말레이시아 링기트, 인도네시아 루피,
싱가포르 달러 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통화들이 14일에도 폭락세를 계속
이어갔다.

외환전문가들은 이같은 폭락세가 필리핀 페소화의 평가절하 조치에 영향을
받아 동남아 각국의 통화에 대한 투매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이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개장직후부터 폭락,
수십분만에 지난 11일 종가였던 달러당 2.5040링기트보다 0.0480링기트가
떨어진 2.5520링기트에 거래되면서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지난주말의 달러당 2,438루피에서 2,470루피까지
급락했다.

태국의 바트화도 지난 11일의 폐장가인 달러당 30.30~30.65바트보다 떨어진
30.55~30.80바트선에서 거래됐다.

특히 동남아 각국 화폐의 폭락 장세 와중에서도 "안전한 화폐"로 인식돼
왔던 싱가포르달러도 지난주말의 미달러당 1.4340싱가포르달러에서
1.4440싱가포르달러로 떨어졌다.

싱가포르의 MMS인터내셔널사 관계자는 "외환 딜러들의 주요 목표는
싱가포르달러가 아니라 링기트와 루피아"라면서 딜러들이 이들 화폐를
투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마닐라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14일오전 중반 달러당 27.795페소에
거래되면서 지난 11일의 폭락세(당시 종가는 달러당 29.450페소)에서 다소
회복되는 듯한 기미를 보였다.

필리핀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면서 개장 30분만에 주가지수가 1.7%
올라 2천7백26.46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