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열 8위인 기아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려온 끝에 부도방지 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부도방지협약 적용을 받게 된 그룹은 진로, 대농에 이어 3번째이며 10대
재벌중에서는 기아그룹이 처음이다.

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15일 기아자동차 , 아시아자동차공업
등 기아그룹 18개 기업을 부도방지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상기업은 이밖에 기아특수강, 기산, 기아중공업, 기아자동차판매,
기아정기, 기아모텍, 기아인터트레이드, 대경화성, 기아전자, 기아정보
시스템, 모스트, 삼안건설기술공사, 한국에이비시스템, 케이티, 화천금형
공업, 아시아자동차판매 등이다.

제일은행 권우하 상무는 "기아그룹이 최근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및
회전기피로 자금조달하는데 한계에 봉착, 부도방지협약 대상에 넣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이날부터 2개월동안 은행권에 돌아오는 어음이
잔고부족으로 부도처리되더라도 당좌거래는 계속할 수 있어 기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아그룹과 거래해 온 5천여개 협력업체들은 자금지원이 중단될
경우 연쇄부도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된다.

제일은행은 부도방지협약에 따라 오는 30일 29개 채권은행이 참석하는
제1차 대표자회의를 열고 긴급자금 지원 규모, 경영포기각서 징구 여부,
하청업체 지원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일은행은 기아그룹계열사의 대부분을 처분하거나 통폐합한뒤
기아자동차와 기산 기아자동차판매 3개사를 주축으로한 승용차생산 전업사로
회생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그룹은 지난 4월1일 현재 자산순위 기준 재계 서열 8위로 3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5월말 현재 순여신은 은행 5조4천8백45억원,
제2금융권 4조5백15억원 등 모두 9조5천3백60억원에 달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