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대로 대림삼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시청앞까지 출퇴근하는
이태화씨(29)는 날마다 짜증이 난다.

노량진로 한강대교 등 상습체증구간만을 통과해야 하기때문.

특히 지하철 9호선 공사를 하고 있는 시흥대로~신대방삼거리 구간은
한번도 제대로 뚫려있는 법이 없다.

건설용 철판(복강판)으로 덮인 4차선 도로 중 중앙의 2개 차선을 공사용
철근자재와 포크레인 인부용 탈의시설 등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극심한 병목현상이 빚어져 공사구간 3백m를 통과하는 데만 보통 10분이상
걸린다.

"일본처럼 야간에만 작업을 해달라는 얘기는 아니예요.

어차피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다 알고 있으니까요.

자재를 한달치 이상 쌓아놓고 중장비 주차장으로 쓰는 엿장수 마음대로식
공사만은 피해달라는 겁니다"

현재 서울에서 지하철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구간은 모두 42km.

교통정체의 주범으로 꼽을만하다.

그렇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준비이기에 참을 수 있다.

시민들을 정말 짜증나게 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각종 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지고 한다는 점이다.

상하수도 가스관 통신망 매설공사 등을 위한 도로굴착이 주범이다.

연간 7만건 이상이니 그야말로 "1년내내 공사중"인 셈이다.

길이로 따져 한해에 1천6백여km의 도로가 파헤쳐지고 있다.

이는 서울 도로(총연장 7천6백89.1km)의 20%에 해당한다.

굴착공사가 많다보니 도로가 성할 리 없다.

도로를 파헤친 다음에는 다시 메우고 다지지만 높이가 틀린 곳이 많다.

울퉁불퉁하거나 비온뒤 물이 고이는 지점도 적지 않다.

날림공사로 균열이 쉽게 생기는가 하면 지반이 가라앉기도 한다.

20년을 내다보고 도로를 만든다지만 굴착공사를 했던 구간은 몇년만에
하자보수를 재차 시행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시민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다.

서울의 도로율은 뉴욕 동경 등에 10%포인트 이상 못미치는 20.19%다.

그나마 있는 도로도 5분의 1은 공사중이라면 길이 안막히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공사장 도로점용을 더욱 효율화하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하매설물을
설치, 중복굴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동차 1천만대시대의 도로공사는 1백80도 달라져야 한다.

<김주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