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인들이 창업학교로 몰리고 있다.

사업다각화나 업종전환을 꾀하려는 기성 경영인들로 밤낮없이 창업강좌가
붐비고 있다.

이에따라 창업학교가 기성경영인들의 만남과 정보교류의 장이 돼가고 있다.

전국의 수십개 대학, 창업이나 중소기업관련 단체, 컨설팅업체등에서 연중
실시되고 있는 창업강좌에는 자기사업을 해보려는 예비창업인들 말고도
기성 경영인들이 많게는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현상이다.

대상도 손바닥만한 자영업체 주인에서부터 매출액이 수백억원씩 하는
중견기업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목적도 여러가지다.

최근의 불황파고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찾거나 벤처로의 전환을
통해 자금수혈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지만 벤처기업동향을 파악하거나
기업성공담등을 듣고 한수 배우려는 사람도 있다.

또 강의는 기성경영인이나 미래의 창업자들과 교분을 쌓고 날로 커가는
회사를 재정비하는데도 보탬이 된다.

지난 95년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창업스쿨을 개설한 후 올해들어선 지난
9일 벤처기업창업스쿨을 시작한 호서대는 총 49명의 수강자중 제조업체
사장까지 포함해 기업인들이 50%를 넘는다.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연구소장 박규일 교수는 "지난해에는
기업경영인들이 20%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불황여파때문인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 강좌가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야 끝난다는
점이다.

경영인들이 회사일을 제쳐놓고 강의를 들으러 나오는 셈이다.

이 강좌를 듣는 인주콘크리트의 손충희 사장은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않아
지금까지 해오던 콘크리트파일 단일품목으로는 불황극복이 힘들다고 보고
다른 아이템을 찾기위해 나선 경우다.

칩램프제조업체 나노전자의 정천기 사장과 광고기획회사 에드엔씨의
방승섭 사장은 각각 지난 4월과 6월 회사를 설립한후 벤처로 전환하거나
사업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수강중이다.

또 환경설비업체인 대웅엔지니어링의 김영명사장은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다각화에 대비해 기업경영기법도 배우고 사람도 사귀고 있는
케이스.

대일화학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7월 창업한 코덕화학의 이성균
사장은 "최근 수입제품을 대체할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놓고 자금이 부족해
벤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내용이 좋아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생산성본부산하 한국기업상담(주)이 지난달말 개설한 창업강좌에도
기업경영인들이 20~30%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의를 듣는 일진벤처의 유효상 사장은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어떤
부문의 교육을 받고싶어하는지, 또 중소기업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싶어 수강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혁신협회가 이달 한달동안 실시하는 벤처창업자양성과정 3기 교육에는
전체 수강자 18명중 6명가량이 현직 경영인.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내열성수지업체 샤인케미컬의 이재용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지 2년정도에 불과한데다 직원들이 대부분 엔지니어들이라
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직관리기법등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부터 기술집약형 국책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교육과정에
마침 사업절차등이 포함돼있고 초창기의 벤처기업인들이 강사로 나와 기업을
일으킨 성공담등을 들려줘 초보경영자들에게 아주 유익한 것 같다"고
프로그램내용에 만족해했다.

마그네틱카드리더 제조업체인 미래전자시스템의 이영철 사장도 "매출액이
한해 20억원정도 되는데 최근 일본과 공동개발한 신제품에 대해 2백억원어치
정도의 주문을 받고나서 갑자기 회사조직이 허술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수강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원보충, 자금조달도 해야하고 정부의 지원도 받아야
하는등 여러가지로 필요해 새로 창업하는 기분으로 창업강좌를 듣고있으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강좌가 존속되는한 이같은 경영인집중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성경영인들에게 창업학교는 재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추가되어가고 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