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의 통화 폭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권의 경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이 15일 이들 동남아 국가의 통화위기 해소와 외환시장
안정화를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세계 제 3위의 외환 보유국인 대만은 이날 세아 지아 동 중앙은행 부총재를
통해 이들 동남아 국가가 대만과 금융협력 협정을 체결할 경우, 통화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환투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이 현재 9백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통화 위기를 맞은
동남아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만측에 지원을 요청한
국가가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세아 부총재는 또 대만은 "당사국들이 금융 위기에 봉착할 경우 호혜
원칙하에 상대방을 도울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데 최대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히고 지금이 그같은 협정 체결에 관한 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만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앙은행들과 미재무부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제공하는 환매약정 체결을 모색해 왔다.

미쓰즈카 히로시 일본 대장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당국이 아시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며 아시아 외환시장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바트화와 기타 동남아 국가의 통화 폭락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IMF와 공동 보조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즈카 대장상은 이어 금주중 태국 재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태국과 협의한 뒤 바트화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 통화의 폭락 현상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가 지난 18개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는 이날도 외환시장에서 투매 압력을 받았다.

링기트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2.5700링기트로 떨어져 18개월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전날 2.5340링기트로 마감된 아시아 외환시장
에서도 2.5700링기트로 떨어졌다.

페소화 역시 거래량이 극히 부진한 가운데 전날의 달러당 28.772페소에서
29.692페소로 떨어져 거래됐다.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서리는이와 관련, 동남아 국가 통화에 대한 "공모적 환투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말레이시아의 경제 기반을 감안할 때 링기트화는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의 흐름이 결국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