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쇼크로 자금시장이 냉각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와 어음거래가 16일 오전에는 사실상 중단됐으며 이로인해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 은행대출 =기아파문으로 인해 은행의 일선 대출창구는 종전보다
더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루머가 나도는 문제기업들에 대해선 일절 신규여신을
자제한다는 내부방침을 엄격하게 운용할 계획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경영의 건전성유지를 위해 더이상의 부실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이로인해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8월초부터 시행될 예정인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한 은행으로부터 편중여신을 제공받은 대기업들은 다른 은행에서 빌려
이를 줄여나가야하는 입장인데 현재의 분위기로선 상당히 힘든 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들은 금융시장에서 엄두도 내질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출이자를 더 내고서라도 자금을 빌리려하지만 은행들은
잇따른 부도여파로 우량중소기업에 대한 종전의 대출한도까지 축소하는
실정이다.

<> 채권시장 =우량기업의 회사채도 이날 오전에는 금융기관들의 관망세로
제때 팔리지 못하다가 소화됐다.

오후들어 당일발행물량 어치는 대부분 소화됐으나 금리는 연 12.05%로
지난 5월27일(연12.13%)이후 12%대에 재진입하면서 최근의 금리하향
안정세에 물을 끼얹었다.

이와함께 재계 순위 8위의 그룹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회사채 지급보증을 더욱 꺼리고 있어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 어음시장 =기업어음(CP)시장의 경우 오전에 대부분 거래가 형성되나
이날은 기아쇼크로 오전장 끝날때쯤 거래가 성사되는등 예전에 비해 거래가
뜸했다.

이번 대농 진로그룹의 부도방지협약 적용때와는 달리 기아그룹에는 CP를
제일 많이 사 가는 큰 손인 은행신탁이 무담보 CP를 샀다가 대거 물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극도로 위축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2~3개 시중은행은 각각 1~2천억원어치에 달하는 기아그룹 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종금사가 지급보증해준 것도 있으나
상당수가 무담보로 사 둔 것이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업은행 신탁부의 자금운영담당자는 "사실 CP만큼 신탁자산을 고수익으로
운용할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도 "CP매입은 극도로 자제하고 타은행이
발행한 개발신탁수익증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등에 투자하고있다"고
말했다.

CP를 사가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듬에 따라 종금사의 CP할인도 급격히
위축될 조짐이다.

종금사 관계자는 "은행신탁이 사 갔던 어음의 만기연장을 거부한 어음을
종금사가 계속 떠안기에는 자금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기아쇼크로
은행신탁의 CP매입 자세가 더욱 보수화 될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 콜시장 =기아쇼크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위축된 심리와 은행권
지준부족으로 콜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이날 1일물 RP를 매입,5천억원을 풀었으나 15일 1일물로
지원한 1조원 가운데 절반만을 지원연장해준데 그쳤다.

자금중개주식회사 김종대부장은 "기아쇼크로 돈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금리동향을 관망하느라 콜론을 제때 내놓지 않아 금리가 올랐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를게 뻔한데 낮은 금리로 콜론을 내놓으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지준부족으로 콜자금의 주요 공급처인 은행신탁이
은행고유계정으로 직접 자금을 옮기면서 콜자금 공급도 줄어 금리상승에
일조했다.

15일 현재 은행권은 4조2천억원의 지준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오광진.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