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호 어디로 가나"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의 대상이 되면서 기아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그룹이 16일 추가적인 자구노력계획을 내놓았으나 이는 단지 기아의
의지일뿐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에 부도방지협약을 적용키로 결정하면서 미리 감안
했을 것이 분명한 "결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기아가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대체로 <>3자 인수 <>계열사 매각 <>은행관리및 법정관리 <>경영진 퇴진
등으로 요약된다.

3자 인수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기아가 새주인을 찾아간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미 삼성그룹등이 기아에 눈독을 들여온 것도 이런 추측을 낳게 한다.

그러나 이 방식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기아및 채권단은 물론 정부에도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인데다 전문화
정책에 순응해온 기업이어서다.

따라서 기아를 어느 한 기업의 소유로 전락시킬 때는 정부의 대기업그룹에
대한 정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아그룹의 몸체인 기아자동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도 3자 인수의 걸림돌
이다.

정부 관계자도 "기아자동차는 지난 6월중 생산이 작년동월보다 1백62%나
증가하고 재무구조도 나아지는등 경영지표로 보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부도방지협약의 취지대로라면 모기업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3자 인수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가장 심도깊게 논의되는 것이 계열사의 매각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아그룹 문제를 해결하는 범위를 "핵심 계열사의
매각과 최고경영진의 퇴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장관도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아의 문제는
다른 대기업그룹처럼 호송선단식 경영"이라며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의
경영난이 기아자동차에 어려움을 준 것이 바로 선단식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강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미 정부나 채권단이 기아
문제의 해결점을 아시아자동차와 기아특수강의 매각선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만을 살리는 선을 잡아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잘한 부품업체이니 만큼 이들은 통폐합을 통해 정상화
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기아로서도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기아그룹의 문제는 기아특수강과 기산의 경영난에서
비롯된 것일뿐 기아자동차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몸체를 살리는데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기아특수강에는 별다른
미련이 없다는 분위기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아특수강의 매각은 이미 검토중이며 아시아자동차도
검토 대상이 될수 있다"고 말해 이미 대충의 방향은 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진의 퇴진이다.

기아는 16일 문제기업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문책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 김선홍회장은 빠져 있다.

김회장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말라는게 기아그룹의 요청이다.

그럴 경우 정부나 채권단이 바라고 있는 타결점과 벗어나게 된다.

물론 기아그룹이 부도유예기간이 끝난후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고경영진 모두의 퇴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아의 앞날은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해외 이미지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게 된다.

채권단과 기아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